행복마을 ① 전남 영암 구림마을
구림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 같은 한국의 대표 전통마을에 견주어도 기가 죽기는커녕 “별 거 없구먼” 하고 콧방귀를 뀐다.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무려 2200년에 달하는 마을 역사가 자부심의 근원이다. 일본에 유학을 전한 백제 왕인 박사(생몰 미상), 풍수의 대가 신라 도선국사(827~898), 고려 개국공신 최지몽(907~987) 등 숱한 위인이 구림에서 났다. 이 위인들의 유적지뿐 아니라 수백 년 역사의 한옥과 사당·정자가 마을 도처에 있다. 평야 위에 우뚝 솟은 월출산과 어우러진 마을 경관을 보면, 예로부터 구림마을을 호남 3대 명촌으로 꼽은 이유를 알 만하다.
삼한시대 이래 2200년 역사 간직
왕인 박사, 도선국사 등 위인 배출
한석봉이 쓴 현판, 도기박물관도
지난 6월 28일 구림천 앞 회사정에서 마을 여행을 시작했다. 전남 8대 정자 중 하나인 회사정은 구림 역사의 산증인이다. 구림마을에는 156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주민 자치조직 ‘대동계’가 있다. 계원들은 회사정에 모여 마을 현안을 논하고 인재를 양성하기도 했다. 현재 계원은 약 80명으로 산림 관리, 도로 보수 등 마을 살림을 챙기고 있다. 회사정은 영암 3·1운동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회사정 양옆에는 큼직한 신식 건물이 있다. 동쪽에 있는 건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이다. 미술평론가 하정웅(77) 선생이 수집한 미술품 약 3000점을 전시한 공간이다. 서쪽엔 도기박물관이 있다. 김규화 영암도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금의 박물관 자리에서 1200년 전의 가마터와 한국 최초로 유약을 칠한 ‘시유도기’가 발굴됐다”며 “예로부터 구림에는 질 좋은 황토와 땔감용 나무가 넉넉했고 물류 이동이 많아 도기 문화가 융성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영암 구림마을까지는 375㎞, 자동차로 4시간30분 거리다. 구림마을 한옥 숙박은 2인실 7만~8만원, 4인실 10만원, 독채 30만원 선이다. 전통문화 체험은 2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만 하는데, 전통혼례체험(1인 8000원)과 예절학습(1인 4000원)이 인기다. 숙소와 체험 프로그램은 왕인박사체험휴양마을(010-4472-0939)에 문의하면 된다. 영암도기박물관(061-470-6851)에서는 그릇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른 1만원, 어린이 8000원.
영암=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