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가 제일 중요”…직장인 75% 인사평가 ‘불신’

중앙일보

입력 2017.07.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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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의 75%는 회사의 인사평가 제도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하고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이른바 ‘3불(不) 평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평가제도에 대한 직장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1%는 ‘인사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합리·불투명·불공정’인식 강해
대한상의 "후진적 인사평가 바꿔야 혁신기업 가능"

야근하는 직장인들. [중앙포토]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복응답)는 인사평가가 ‘사내정치에 따른 평가’라는 답이 58.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개인 이미지로 평가’(41.2%), ‘연공서열’(35.5%), ‘온정주의적 평가’(27.5%) 라는 불만이 많았다.  
 
 전자부품업체 A과장은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과정도 일방적인 데다 근거마저 불분명하다”며 “상위고과를 받기보다 찍혀서 하위고과만 안 받으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평가자에 충성할수록’(62.2%), ‘보수적 태도를 가질수록’(66.3%), ‘결과가 좋을수록’(70.2%)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답했다. 


<어떤 항목이 인사평가에 영향 미치나> 

자료:대한상의. 5.19~26 직장인 700명 설문조사결과

 이는 특정 상사보다는 조직에 공헌하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태도를 지니며, 일하는 과정에서 법과 규범을 잘 지켜야 한다는 기업들의 ‘슬로건’과 반대되는 답들이다. 인사평가가 원칙 따로 현실 따로라는 얘기다. 
 
 인사평가 자체가 ‘개인과 회사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는 답도 44.1%나 됐다. ‘회사에만 도움된다’가 34.6%였고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16.9%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인사평가가 성과와 역량향상에 효과가 없다’(52.7%)고 했고, 10명 중 4명은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43.5%)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직장인들이 인사평가 제도의 효과를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평가문화를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인사 부서장 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상사가 부하를 단독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를 하는 기업이 51.8%로 절반이 넘었다.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피드백 없거나 단순 통보만 한다’는 기업이 62.7%에 달했으며, 결과에 따라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업은 37.3%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수직적인 평가관행이 상명하복과 불통의 기업문화를 조장해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인사평가제를 활용해 선진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선진 기업들은 강제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차별적으로 보상하는 기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추세다. 또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구시대적 인사평가관행이 상시야근, 실적중시·규범무시, 도전기피 등 부정적 기업문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후진적인 인사평가 관행부터 고쳐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