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평가제도에 대한 직장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1%는 ‘인사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합리·불투명·불공정’인식 강해
대한상의 "후진적 인사평가 바꿔야 혁신기업 가능"
전자부품업체 A과장은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과정도 일방적인 데다 근거마저 불분명하다”며 “상위고과를 받기보다 찍혀서 하위고과만 안 받으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평가자에 충성할수록’(62.2%), ‘보수적 태도를 가질수록’(66.3%), ‘결과가 좋을수록’(70.2%)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답했다.
<어떤 항목이 인사평가에 영향 미치나>
인사평가 자체가 ‘개인과 회사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는 답도 44.1%나 됐다. ‘회사에만 도움된다’가 34.6%였고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16.9%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인사평가가 성과와 역량향상에 효과가 없다’(52.7%)고 했고, 10명 중 4명은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43.5%)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직장인들이 인사평가 제도의 효과를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평가문화를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인사 부서장 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상사가 부하를 단독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를 하는 기업이 51.8%로 절반이 넘었다.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피드백 없거나 단순 통보만 한다’는 기업이 62.7%에 달했으며, 결과에 따라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업은 37.3%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수직적인 평가관행이 상명하복과 불통의 기업문화를 조장해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인사평가제를 활용해 선진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선진 기업들은 강제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차별적으로 보상하는 기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추세다. 또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구시대적 인사평가관행이 상시야근, 실적중시·규범무시, 도전기피 등 부정적 기업문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후진적인 인사평가 관행부터 고쳐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