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신태용(47) 감독의 포부였다. 신 감독은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팀 감독을 맡은 소회와 각오, 계획 등을 밝혔다.
신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회의를 통해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다음달 31일 이란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 등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 2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을 맡은 신 감독은 "이번 2경기에 모든 걸 올인하겠다"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이에 맞는 선수를 뽑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과 일문일답.
슈틸리케 후임 취임 공식 기자회견 "월드컵 본선 진출에 올인"
공격보다는 안정에 무게... "위기보다 희망을, 응원해달라"
"우리나라가 힘든 시기에 이렇게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힘든 시기에 믿고 맡겨준 축구협회 기술위원들과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 제가 감독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내 한 몸 불사질러서 월드컵에 나갈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 보장된 계약 기간이 전임감독제 도입 이후 가장 짧다(11개월). '독이 든 성배'를 수락한 솔직한 심경은.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 계약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난 계약 기간보다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해야한다는 신념 하에 이번 2경기에 모든 걸 올인할 것이다. 월드컵에 나가면 축구협회에서 더 좋은 계약 기간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약 기간엔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
- 기성용, 손흥민 등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23세 이하 선수들 중에 과감하게 발탁할 생각이 있는지.
"두 선수와 통화도 했다. 그 선수들의 재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그 두 선수가 안 나온다고 해서 젊은 선수를 발탁하는 건 할 수 있겠지만 K리그에도 그 당시 뽑힐 최고의 컨디션을 갖고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을 뽑을 것이다. 당장 두 경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월드컵 진출하고나면 평가전 때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부분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바꿔가면서 활용할 생각이다."
- 선수 구성에 대한 생각은.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과 나는 성격상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이 중용했다고 해서 내가 쓴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목표는 어느 누가 나오든 간에 이란과 우즈베크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전제 조건 하에 뽑는 것이다. 어떤 선수를 발굴한다는 것보다 2경기에 모든 걸 집중해서 준비할 것이다."
- 코치진 선임 구상 계획은.
"갑자기 감독 선임 연락을 받았다. 받은 지 하루 반 밖에 안 지나서 여러 각도에서 코치들을 찾고 있다. 코치들이 그냥 코치가 아니라 감독과 같이 갈 수 있는 코치를 찾을 계획이다."
- 수비진 보강 계획은.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서 하는 거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만 잘 다듬으면 문제 없을 것이다. 23세나 20세 대표팀은 짧은 기간 안에서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을 활용해야 했지만 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뽑는 거기 때문에 조직력만 다듬으면 좋을 것으로 본다."
- 성인대표팀의 동기유발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슈틸리케 감독이 오기 전부터 몸으로 부딪히면서 소통해왔다. 현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과는 거의 다 불편함 없이 소통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선수 개개인의 성격이 어떤지도 잘 파악하고 있다. 팀 사명감과 동기부여에 대해선 따로 생각하고 얘기할 부분이 있겠지만 개개인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다가가서 훨씬 경기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손흥민의 활용도에 대한 생각은.
"토트넘에선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대표팀에선 왜 그런 모습을 보일까라는 말이 많다. 손흥민은 상당히 좋은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이 활용하지 못했던 부분은 따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전과는 다른 손흥민의 움직임과 활용도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도록 하겠다."
- 평소 코치는 감독보다 똑똑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코치들을 선임하는 기준은.
"코치진들은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보다 감독과 같이 갈 수 있는 분을 영입해서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코치진들이 감독이 생각하지 못하는 전술, 전략, 그리고 충언도 할 수 있는 분을 선임하려 한다. 단순히 보좌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 팀에 헌신할 수 있는 분을 발탁하려고 한다."
- 평소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 스타일을 추구해왔다. 대표팀을 맡아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가.
"본선에 가서 축구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지금 닥친 두 경기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올림픽, U-20 월드컵을 거치면서 내 나름대로 신념을 갖고 있지만 남은 두 경기에 대해선 좀 더 조심스럽게, 안정적으로 준비해서 실점을 절대 하지 않으면서 1-0으로 이기더라도 무실점에 한 골이라도 넣고 이기는 생각으로 가져갈 것이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가면서 이기는 부분을 생각하고 있다."
- 기존 설기현 코치와 혹 통화했는가. 또 20세 이하, 23세 이하팀을 맡아 함께 했던 전경준 코치와 대표팀 코치 발탁설이 있는 김남일 코치에 대한 생각은.
"설기현 코치와는 통화를 안 했다. 전경준 코치도 좋은 코치다. 김남일 코치도 머리 안에 들어와있는 스태프 중 한 명이다. 여러 각도에서 스태프를 만들어보고, 조직을 돌려보고 있다."
- 이란전 앞두고 사흘 전에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다. 소집 기간이 짧은데.
"소집 기간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다. 2014년 9월에 감독대행 두 경기를 하면서도 느꼈던 점은 대표 선수들은 좋은 컨디션,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전술을 짜서 주입시키면 잘 빨아들인다는 점이다. 강제로 선수들을 빼낼 수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얼마만큼 강하게 주입시켜서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런 부분을 잘 준비해서 선수들과 만들어가겠다."
- 선수 발탁 기준은.
"해외파라고 해서 무조건 뽑히는 건 절대 없다. 그 당시 상황에 따라서 최고의 기량과 경기력, 경기를 나가지 못하더라도 이 선수가 팀에 필요하면 뽑을 것이다. '신태용 축구'에 맞다고 생각하면 뽑을 것이다. 여론에선 '경기도 못 나가는 선수를 왜 나가냐'고 한다. 그러나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내 축구에 맞다면 발탁할 거다. 우리나라 K리그는 절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되면 K리그 선수라도 갈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얘기가 아니지만 모든 걸 망라하고 그 시합에 이길 수 있다면 어느 국가에서 뛰든 망라하고 좋은 선수를 뽑아서 갈 계획이다. 경기에 뛰는 선수만 뽑겠다는 건 아니다. 내 축구에 맞으면 만들어내서 이길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전술 짜서 이기도록 하겠다."
- 대표팀에서 어떤 부분을 고칠 계획인가.
"대표팀이 소통이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선 무엇이 안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코치로서 같이 있고 했을 때, 선수들과 소통은 전혀 지장이 없었다. 떠나가신 슈틸리케 감독님이 외국인이다보니까 언어의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어적인 문제로 쉽게 다가가지 못해서 소통이 부족했겠지만 선수들 간의 큰 문제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표현하지 못하면 그건 선수도 아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서로 눈높이를 맞추면서 소통을 이끌어내면 우리 선수들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국가대표 감독이 꽃이지 않나 생각된다. 안기헌 축구협회 전무님께서 지난 3일 오후 1시반 쯤에 전화왔다. '신태용 감독 좀 만나야 될 거 같다'고 해서 '아' 하고 느낌이 왔다. 기술위원회가 열리면 12시쯤 하고 전화가 오는 걸로 알고 '신태용이 안 됐구나' 하고 편하게 생각했는데, 안 전무님이 전화를 보냈다. 만나러 가면서 개인적으론 '신태용 화이팅 잘 했어' 하고 속마음을 표현했다."
- 월드컵을 선수로선 못 나갔지만 감독으로서 첫 도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못 나간 게 평생 한이었다. 선수로서 월드컵 못 나간 걸 감독으로서 나가서 선수 때 하지 못했던 걸 감독으로서 더 높은 곳으로 가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2002년 홈에서 4강까지 갔지만 우리가 원정에서 그 못지 않은 길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다. 선수 때 못했던 경험을 감독으로서 경험하면서 높이 비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간 감독님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좀 그렇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옆에서 봐 온 부분은 전술 부재였지 않나 생각한다."
- 국민들의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이 말라있다. 선수들도 쫓겨있는 것 같다. 대표팀에 올 수 있는 선수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축구가 위기다는 얘기가 많다. 위기는 맞다. 나도 절체절명의 위기로 본다. 그러나 위기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다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보는 선수들, 당사자 입장에서도 힘든 부분이 많다. 두 경기 남겨놓고는 많은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대표팀 감독을 처음 맡아서 준비하고 있는데 저를 '까지 마시고요'. 같이 뭔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주셨으면 좋겠다. 아시아에서 우리 선수들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어느 부분 실수해서 의기소침할 수 있다보니까 서로 힘을 주게 되면 우리가 갖고 있는 내면의 원동력은 훨씬 더 크다고 본다. 이란전, 우즈베크전, 만약 지고 문제가 있으면 질타를 주셔도 좋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