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서 초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6·19 대책 등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꺾이지 않고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린다. 초소형 아파트는 전용 60㎡ 이하인 소형보다도 작은, 40㎡ 이하 아파트를 말한다. 대개 방 한두 개와 욕실 한 개 정도로 이뤄진다. 그동안 ‘구색 맞추기’ 물량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수요가 늘면서 ‘몸값’도 치솟는다.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전용 37㎡ 호가는 6억원으로, 올해 들어 1억원 넘게 뛰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6·19 대책 발표 전에 비교하면 가격은 비슷하다. 하지만 급매물로 내놨던 물건 가격을 5000만원 더 올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전용 28㎡도 지난 3월 5억2000만원에 팔린 뒤 5억4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미분양 설움 잠실 리센츠 초소형
12년 만에 값 3.7배로 뛰어 효자
1인 가구 늘고 임대사업에 유리
고덕 신규분양 40㎡ 77대 1 경쟁
초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임대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노리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잠실 리센츠 전용 27㎡의 경우 보증금이 3000만원일 때 한 달 월세는 120만~150만원 정도다. 연 수익률이 4% 안팎으로 은행 이자보다 높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저금리 기조로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임대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월세 수입 외에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한 점도 한몫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520만여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0년(226만여 가구)의 두 배가 넘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혼자 사는 직장인 선호도가 높고, 부모들이 증여용으로 초소형 아파트를 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런 흐름을 타고 초소형 물량을 끼워 분양한다. 포스코건설이 다음 달 경기도 의정부에 선보이는 ‘장암 더샵’은 일반분양분 515가구의 15.1%(78가구)를 전용 25·40㎡로 채웠다.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급증세로 임대수요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같은 규모의 오피스텔에 비해 환금성이 좋고 공실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다만 소형 아파트는 3.3㎡당 집값이 높은 편이므로 매입에 앞서 가격이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