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요가 강사 배론 뱁티스트의 구호에 맞춰 잔디밭 광장 5000여 명의 사람이 하늘을 향해 일제히 길게 팔을 뻗는다. 6월 18일 일요일 어스름이 감도는 오후 5시, 이곳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올림픽 숲 공원(Olympic Forest Park)이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인파가 요가 매트를 하나씩 깔고 단체로 요가에 몰두하고 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무슨 일인가 싶지만, 이들은 모두 캐나다 스포츠 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의 ‘언롤 차이나(unroll china)’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네 명의 유명 강사가 등장해 빈야사 요가, 파워 요가, 아쉬탕가 요가, 줌바 댄스 등을 선보였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상하이(5/6)·항저우(5/17)·광저우(5/20)·청두(5/20)·센진(6/11) 등 베이징 포함 6개 도시에서 ‘언롤 차이나’ 행사가 열렸고 모두 합해 약 8000여 명의 참여자가 몰려들었다. 모든 행사는 실시간 라이프 스트리밍 채널 잉커(INKE)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무려 12만 명이 이 방송을 봤다.
이보다 반나절 앞선 6월 18일 오전 10시, 만리장성에서 사전 행사가 열렸다. 중국 전역의 스포츠 기자와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 룰루레몬의 홍보 대사 등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의 상징이라고도 해도 좋은 만리장성에서의 요가 행사는 그 자체로 특별했다. 마찬가지로 배론 뱁피스트 강사의 지도에 맞춰 제법 진지한 요가 수련이 이어졌다. 성벽 위의 탁 트인 공기를 온 몸으로 들이 마시며 몸을 비틀고 요가 매트에 앉아 명상에 잠기기도 했다. 만리장성의 돌바닥이 타는 듯 뜨거워질 때쯤 2시간가량의 요가 수업이 끝났다.
실시간 요가 영상 온라인 중계
중국 피트니스 시장 급성장
젊은이들 사이 요가 유행
중국인들의 새로운 관심사, ‘몸’
만리장성 행사에서 만난 베이징의 스포츠 컨텐츠 플랫폼 ‘랜딩 스포츠’ 기자인 미란다 우는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스포츠 산업 활성화 정책이 한몫했다”는 분석을 더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4년 10월 20일에 중국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중국 정부가 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중국이 향후 20년 내에 세계 최대의 피트니스 시장이 된다는 예측도 포함하고 있다.
일부에선 ‘급격한 경제 성장 이후의 피로감’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퍼스널 트레이너 알란 렁은 “베이징, 상하이 등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격무에 시달리며 이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이나 올바른 식습관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소셜 미디어의 발달도 중국 내 피트니스 열풍을 부추겼다. 명품보다 운동으로 과시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도시의 젊은이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운동하는 사진을 올리는 것을 즐긴다. 시장 전문조사 기관 닐슨이 2015년 실시한 중국 피트니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최근 운동을 시작한 주된 이유로 운동 능력 향상(76%)과 함께 소셜 미디어 포스팅(60%)을 꼽았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 럭셔리 매거진 '징 데일리(Jing daily)'의 제시카 랩 기자는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의 가방을 드는 것보다 어떤 운동 스튜디오에 다니며 어떤 운동에 몰두하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