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은 90분간의 연설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의회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종식시키자”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리 정치 체제의 이같은 변화는 1년 안에 필사적으로 끝내길 바라며, 반만 바뀌거나 변화하는 척만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석 0석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마크롱은 수십년간 프랑스를 지배한 정치 체제 청산을 슬로건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39세 최연소 기록이다. 그는 총선에서도 정치 신인과 여성을 대거 공천해 하원 의석 과반수를 차지했다. 프랑스는 현재 상원 348석, 하원 577석이다. 상하원 합쳐서 의원 수가 925명에 달하는 거대 의회다.
이례적 프랑스 상하원 합동 연설
“합의 안 되면 국민투표” 압박
야권선 “파라오 마크롱” 반발
프랑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프랑스 대통령들은 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개헌이 필요할 때 상하원 합동연설을 이용했다. 전임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 재정위기 때,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연쇄테러 이후 각각 한 차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바 있다.
마크롱에 권력이 쏠리는 데 대한 반발도 있었다. 강성 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을 고대 이집트의 전제군주에 빗대 ‘파라오 마크롱’이라고 비난하고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했고, 민주독립연합(UDI)과 공산당 등 소수정당들도 동참했다.
연설 타이밍도 절묘했다. 이날 연설은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의 의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잡혔다. 총리 연설에 앞서 대통령이 김을 빼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필리프 총리는 “대통령이 프랑스의 방향을 설정하면 내각은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이 상하원 앞에서 직접 연설할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이전까지는 국회의원과 직접 논의하는 건 내각 책임자인 총리 몫이었다. 대통령은 총리에게 서면 메시지를 낭독하게 하는 방식으로만 양원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