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이달 중 오픈한다. 1호 케이뱅크가 출범해 돌풍을 일으킨 지 석 달여만이다. 이용우(53)·윤호영(46) 공동대표가 4일 밝힌 카카오뱅크의 핵심 전략은 ‘독보적 편의성’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의 노하우를 살려 기존 은행 앱과 차별화된 쉽고, 편한 앱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한다는 내용이다. 윤 대표는 “직관성 있는 화면 인터페이스(매개)로 사용자의 모바일 동선을 더욱 짧아지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카카오뱅크 2대 주주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 등 소속 임직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베타테스트에서 증명됐다.
카카오 노하우 살려 독보적 편리함 구축
카톡 친구목록 가져와 간편송금 보내는 등
해외송금 수수료 10분의 1 수준
"안정성 담보된 은행으로 거듭날 것"
예금과 대출은 최대한 젊은이들의 수요를 반영해 설계됐다. 하나의 계좌 안에서 ‘단기 여유자금’과 ‘당장 쓸 돈’을 각각 분리해 운용하는 입출금 예금과 지분투자에 참여한 SGI서울보증의 데이터를 활용해 심사가 빠른 소액 급전 대출 ‘모바일 속 비상금’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연말쯤부터는 고객 수요를 파악해 전세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 소호(SOHO) 대출 상품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당장은 개인금융에만 집중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금융 서비스 출시설에 대해 두 대표는 “프로세스 정비가 전혀 안 돼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기존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와 완전히 구분되는 별개의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카톡 친구 목록을 카카오뱅크 앱에 가져와 간편송금하는 기능 등이 탑재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덩치 큰 은행업을 카카오톡 안에 담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그는 “송금을 한 뒤 돈을 받았다는 확인을 카톡으로 하거나, 대출 상담을 카톡으로 할 수 있게 되겠지만 카카오뱅크 서비스는 카카오택시와 마찬가지로 엄연히 별도 앱을 통해서 구현된다”고 덧붙였다.
앱 내부 디자인 역시 카카오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노란색에서 벗어났다. 카카오뱅크 앱 아이콘은 노란색이지만 내부 UI(사용자환경)는 고객이 취향에 맞게 다양한 색상을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자율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교통·현금카드 기능을 겸하는 카카오 체크카드도 고객 맞춤형 디자인으로 발급된다. 사용자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5종 중 하나를 선택해 플라스틱 카드에 새길 수 있다. 계좌 개설, 상품 가입 등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때마다 새로운 카카오톡 이모티콘 패키지도 제공된다. 카카오톡과 카카오뱅크, 멜론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이모티콘이다.
카카오뱅크는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발한다. 지난달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 케이뱅크(자본금 2500억원)와 마찬가지로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본 부족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표는 “현재로서는 내년(2018년) 중 증자하는 게 목표인데 정확히 몇 분기가 될지는 시장 반응을 지켜본 뒤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막고 있는 은산분리 법 개정을 절실히 기다리는 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가 최대주주라 상대적으로 무난한 자본금 확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은행으로서의 안정성을 담보해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며 “케이뱅크는 경쟁자가 아니라 앞으로 규제와 관행을 함께 바꿔나갈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