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턴 자신이 키운 농산물로 밥을 지어 파는 식당 소녀방앗간을 시작했다. 직접 만든 고추장·된장·간장·과일효소와 산나물 등을 소비자에게 체험시키고 상품을 팔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직영점이 10개로 늘었다. 또 ‘반듯한 경영’을 고민하는 젊은이답게 직원을 정규직으로만 뽑는다. 회사대표는 따로 두고 자신은 여전히 매달 반 이상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표가 난단다. 그런 그에게 의례적으로 성공 노하우를 물었다가 돌아온 대답에 가슴이 쿵하고 떨어졌다.
비싼 임대료와 아이디어 베끼기
청년 창업자 괴롭히는 시장환경
모든 창업자의 고민거리인 임대료. 지금도 그의 밥집은 중심상권으론 못 들어간다. 강남은 꿈도 못 꾸고, 중심상권 가까운 곳에 냈다가는 서둘러 철수하기에 바빴다. 서울의 외곽지역에서는 그나마 적자를 면하는 정도는 된단다. 프랜차이즈를 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직영점을 해도 이익이 박한데, 가맹점주들은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답을 못 찾아 양심상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하나는 남의 상품을 금세 베끼는 업계 풍토. 실제로 우리 시장에선 대기업에서도 베끼는 걸 꺼리지 않다 보니 중소기업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역시 몇 차례 당하고 나서야 한국 시장에서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됐단다. 이런 풍토에 반항하다 깨지면 직원들 생계도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차라리 해외시장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단다. 지금 진출을 모색 중인 홍콩 시장을 보고, 그가 놀란 건 이런 거였다. “홍콩에선 남의 아이디어와 상품을 베끼는 게 나쁘다는 걸 아는 ‘상도의’ 같은 게 있더라.”
요즘 청년창업은 청년 일자리의 대안으로 꾸준히 권장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창업펀드를 만들고, 청년창업을 지원한다는 각종 경진대회가 열리는 등 정부와 사회 각계의 지원도 다양하다. 그런 한편에선 ‘심각한 청년실업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 타령만 하고 창업은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질책하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정부도 지원하고 사회도 열망하는데 약고 게으르고 패기가 없어 창업을 안 하거나 창업에 실패하는 것일까. 오히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우리의 암울한 시장환경, 지대(地代)추구형 자본주의와 베끼기가 만연한 약탈적 시장환경이 무통각증(無痛覺症) 청년이 아니고선 접근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청년창업이 활성화되는 시장을 만들려면 ‘돈과 격려의 말씀’에 앞서 우리 시장의 ‘상도의’부터 정돈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양선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