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통령 기념우표를 남발한 역사가 있다. 1960~80년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없어 편지를 많이 쓰던 시절, 국민은 얼굴을 찡그리며 우표를 붙여야 했다. 우표가 잘 붙지 않는다는 우스개도 있었다. 우표 뒷면이 아닌 앞면의 대통령 얼굴에 침을 묻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대통령 우표는 그렇게 흔했다.
가장 많이 만든 건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재임 8년간 30종을 발행했다. 두 번의 취임 기념우표는 기본이요, 외국 정상이 방한하거나 해외 나들이를 나갈 때마다 찍었다. 체신청도 알아서 한 번에 수백만장씩 발행하며 충성했다. 총 발행 수가 1억 장을 넘어 희귀성이 없다 보니 일반 우표처럼 사용됐다. 우표가 잘 붙지 않을 만도 했다.
박정희는 다섯 번의 취임식과 새마을운동 우표 등 20종을 찍었다. 20~25장을 한 세트로 판매했는데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자조정신·자립경제·자주국방’이란 구호를 꼭 집어넣게 했다. 80년에는 박정희 추모 우표도 나왔다. 이승만은 팔순 생일 기념 등 6종을 발행했다. 노태우 때부터는 취임 기념우표만 찍었는데 문재인 우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 대통령 기념우표가 논란이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11월 14일) 우표의 발행 여부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까지 “지난해 4월 박근혜 정부 당시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했으니 오는 9월에 예정대로 60만 장을 찍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권과 공무원노조, 진보 단체가 “우상화”라고 비판하자 “오는 12일에 재심의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대통령 기념우표도 ‘권력 바라기’란 걸 인정한 셈이다. 미국 국민은 “100살 케네디를 떠나보내지 못하겠다”며 우표를 어루만진다. 우리는 언제 그런 대통령이 나올까.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