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가 만든 신당 도민퍼스트회는 50명이 입후보해 49명이 당선됐다. 선거 전 6석에 불과했던 신당이 1당이 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도쿄도의회에서 지역 정당이 제1 당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아베 정권 5년 만에 첫 패배
6석이던 도민퍼스트회 49명 당선
연정 세력 합치면 127석 중 79석
아베, 장기집권 구상에 큰 타격
이로써 지난해 7월 당선된 고이케 지사 지지 세력은 도의회 의석 과반(64석)을 훌쩍 넘어 절대 안정 의석인 79석을 확보했다. 도민퍼스트회의 돌풍은 고이케 지사의 개인적 인기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로 감동과 더불어 책임을 통감한다”며 “도민의 큰 기대가 있는 만큼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참패로 아베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지방선거지만 아베 1강(强)의 국정 운영이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아베가 2012년 재집권 이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진 것은 처음이다. 네 번의 중·참의원 선거에서 연속으로 이겨 자민당 의석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아베 불패 신화’는 온데간데 없었다.
당장 아베 주도의 개헌 구상은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됐다. 아베는 오는 11월께 자민당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에 국민투표에 부칠 계획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패배로 아베의 구심력이 떨어지면서 그의 생각대로 개헌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선거 표심이 아베의 일방적 국정 스타일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야당도 아베에 의한 개헌에는 반대다. 자민당 내에서도 9조 개정이나 내년 국민투표 발의 일정에 대해선 신중론이 적잖다.
아베의 장기집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내년 말까지의 중의원 선거까지 아베에겐 험로가 예상된다. 수의학부 승인을 둘러싼 측근 의원들의 스캔들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향후 자민당 내에서 아베에 반기를 드는 파벌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아베는 단기적으로 개각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신당은 앞으로 더 주목을 받게 됐다. 제1 야당 민진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존망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고이케 신당이 차기 중의원 선거에 뛰어들면 정당 간 이합집산을 통한 정계개편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이케는 이날 국정 진출에 선을 그었지만 정국이 유동화되면 자세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과거 도쿄도의회 선거는 총선의 척도가 돼왔다. 자민당은 2009년 도의회 선거에 이어 한 달 만의 중의원 선거에서도 참패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1993년 6월 도의회 선거에선 창당 1년의 일본신당이 일약 3당으로 올라섰다. 자민당은 한 달 후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고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일본신당 대표를 총리로 하는 비(非)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도쿄도의회 선거의 파괴력은 그만큼 크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