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숨은 보석'이라는 보홀이 가까워졌다. 6월 23일 필리핀항공이 인천~보홀 직항 취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인천공항에서 마닐라로 간 뒤 현지 국내선으로 보홀로 이동하거나(비행시간만 5시간25분), 세부에서 페리로 보홀로 갔지만(6시간30분) 이젠 딱 4시간 30분이면 된다. 라이언 위 필리핀항공 영업총괄 부사장은 “보홀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매년 증가해 직항선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보홀은 필리핀 81개 주(州) 중 한 곳. 제주도(1846㎢) 두 배가 조금 넘는 면적(4117㎢)으로, 필리핀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탁빌라란 공항이 있는 보홀의 주도(主都) 탁빌라란은 해변 휴양지 팡라오 섬과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 섬은 버진아일랜드와 발리카삭으로 통하는 관문이다.
버진아일랜드는 우리에겐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촬영지'로 유명하다. 팡라오 섬의 아로나 해변에서 15~20분 간 보트를 타고 움직였다. 시속 80㎞로 보홀 바다를 시원하게 가르는 보트 옆으로 돌고래 무리가 힘차게 헤엄쳐 올랐다.
물을 뜨는 바다, 발리카삭
발리카삭은 팡라오 섬에서 30분 거리다. 염도(鹽度)가 한국보다 4배 높아 물에 뜨기 쉽다. 그래서 스노클링을 즐기기 제격이다. 수중 바닥엔 사람 만한 바다거북이들이 기어 다녔다.
볼거리가 해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섬 중앙 대평원 위 언덕인 초콜릿 힐은 필수 코스다. 키세스 초콜릿 모양과 닮아 '초콜릿 힐'로 불리는데, 언덕이 무려 1268개나 있다. 그중 가장 높은 언덕(높이 120m)에 위치한 전망대에 오르려면 220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전망대에 서면 보홀의 드넓은 밀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필리핀항공 6월23일부터 인천~보홀 직항 취항
해양 스포츠 즐기고 과거 스페인 유산도 볼만
스페인과 가톨릭의 땅
스페인과 가톨릭은 보홀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다. 보홀 곳곳에 스페인풍의 성당, 지명 등 국가적(스페인)·종교적(가톨릭) 흔적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박치헌 필리핀관광청 과장은 "일부 관광객은 보홀의 스페인풍 형상과 잔재물을 보고 처음엔 의아해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필리핀이 330여 년(1565~1898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사실을 미리 알아두면 보홀 관광을 더욱 풍부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콜에도 스페인 문화가 녹아져 있다. 필리핀산 맥주 브랜드인 '산 미구엘'은 스페인 지배 당시 원주민들이 스페인인의 맥조 제조 기술을 전수받고 만든 것이다.
필리핀 여행, 괜찮을까
최근 계엄령으로 여행금지지역이 된 필리핀 중부 민다나오와 달리 보홀은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여행경보단계 중에선 가장 안전한 남색경보(6월 28일 기준) 지역이다. 배우 출신 세사르 몬타노 필리핀관광진흥청장은 "현재까지 보홀은 테러 및 반군 활동이 감지되고 있지 않다"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관광 경찰(tourist police)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보홀에 새 공항이 세워진다. 에드가샤또 보홀 주지사는 "현재 있는 보홀 탁빌라란 공항엔 매일 국내선 13편과 국제선 1편을 운영하며 연간 60만명까지 수용한다"며 "내년 6월 팡라오국제공항이 세워지면 수용 인원이 200만명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보홀=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