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등단(22세)해 잇단 최연소 수상(한국일보문학상·이상문학상),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까지.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작가 이력인데도 결핍이 있었다는 얘기다.
상실의 고통 그린 단편 7편 담아 『바깥은 여름』출간
"'쾌락의 포인트' 건드려 손쉬운 감동 얻으려고 하지 않아"
"미지근한 논물 위로 하루살이 떼가 둥글게 뭉쳐 비행했다. 마치 허공에 시간의 물보라가 이는 것 같았다."(58쪽 '노찬성과 에반')
현실의 진짜 고통을 잊게 하는 당의정일 수도 있겠지만 김씨 소설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 준비 부족으로 장편을 엎었다니, 취재가 완벽해야 작품 쓰는 스타일인가
- 예전에 내 경험이나 주위 사람들 얘기를 주로 썼다면 이제는 내가 잘 모르는 나이, 직업, 계급에 속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게 된다. 낯선 인물 안으로 들어가자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항 얘기를 쓰기 위해 공항을 찾아가 한참 앉아 있었던 적도 있다. 인물과 관련된 정보는 수집하면 되지만 정서나 마음의 생김새는 그렇게 못한다.
- '노찬성과 에반'은 반려견 에반을 잃은 소년의 이야기인데
-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다. 반 년 넘게 도움이 될 만한 신문기사를 챙겨보고 책을 읽었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반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개의 마음을 잘못 쓰면 알아챌 것 같아서다.
- 김애란 특유의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은 것 같다
- 문장은 소설가라는 직업의 작업도구다. 그에 대한 애정, 자의식이 있다. 사람들이 영화나 웹툰, 드라마나 연극을 제쳐두고 이야기를 활자로 경험하고자 했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내 도구로 할 수 있는 걸 하자, 반드시 수사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어도, 밋밋한 문장들이나 문장 사이의 공백에서 긴장을 유발할 수 있고, 단어 선택이나 한국어의 특징인 조사의 빼고 더하기, 같은 뜻의 단어라도 한글을 쓰느냐 한자를 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 읽은 이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 이야기는 매혹적이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인물에 다가갈 때 서둘러 언어화하지 않는달까. 머뭇거리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 이야기가 위험하다니
-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야기에는 일정한 유전자 구조가 있다. 말하자면, 갈등이 해결되든 이야기가 완결되든 독자가 만족을 느끼는 쾌락의 포인트 말이다. 그걸 성급하게 건드려 손쉬운 감동을 준달까, 인물들로 하여금 '자 여기가 쾌락의 포인트니까 혹은 서사의 변곡점이니까 어서 나와요, 그렇게 바닥에 주저 앉아 있지 말고' 이런 식으로 쓰지 않으려 한다는 거다.
- 소수, 약자, 아웃사이더를 주로 다루는 것 같다
- 작가라면 의당 그렇기도 할 텐데, 한국은 특히 보통사람이 되는 기준이 높아 도넛 안의 구멍처럼 일부 소수만 보통사람일 뿐 나머지 대다수는 중심의 바깥 변두리 인생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다루는 부류가 아웃사이더는 아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