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의 횡단보도 앞. 땡볕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원두막’ 안으로 모여 들었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2분 여 동안 그늘에서 땀을 식혔다. 원두막을 닮은 그늘막에는 서초구의 옛 지명을 따 ‘서리풀 원두막’이란 이름도 붙였다. 직장인 김미주(39)씨는 “가로수가 없는 교대역 사거리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늘막은 서초구의 횡단보도 앞과 버스정류장 등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름과 높이가 각각 3~5m 정도인 그늘막에는 성인 약 20명이 서 있을 수 있다. 서초구에만 120개가 설치돼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구청들 횡단보도에 그늘막 조성 잇따라
폭염 덮쳤던 2013년 구청 공무원의 아이디어
동작구의 운동회 천막이 원조
더위에 취약한 빈곤층 지원도 잇따라
더위가 시작되면서 자치구들의 '생활밀착형' 무더위 대책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다보니 서민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늘막은 한 개당 30만~100만원선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편이다.
◇운동회 천막 재활용으로 시작된 그늘막
동작구는 당시 운동회 행사 등에 쓰이는 천막을 재활용했다. 정정숙 동작구청 자치행정과장은 “우리 구청의 한 공무원이 ‘동주민센터가 보유한 천막으로 횡단보도 앞 햇볕을 가리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그 공무원은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2013년 여름의 폭염(여름 평균기온 32.3도) 중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땡볕 아래서 힘겨워하는 주민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동작구는 지난해 몽골텐트(가로·세로 3m, 높이 4m) 20개를 추가해 현재 천막·몽골텐트 34개를 갖췄다.
서울 금천구는 구청청사의 ‘썬큰광장’에 미술 조형물 같은 ‘우산 그늘막’을 설치했다. 색색의 우산 400여 개를 공중에 매달았다.
◇어르신 무더위 쉼터 재정비
무더위쉼터 101곳을 운영하는 용산구는 입구에 간판도 붙여 접근성을 높였다. 각 자치구의 무더위쉼터 위치는 서울안전누리(http://safecity.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파구는 섭씨 33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살수차 5대를 동원해 도로 바닥에 물을 뿌려 도시 열섬화를 예방한다.
◇폭염에 취약한 빈곤층 지원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