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만남
그것은 마치 날카로운 첫 키스 같았다. 현수가 재호의 마음에 턱 하고 들어온 순간 말이다. 자신보다 덩치 큰 재소자를 악으로 깡으로 쓰러트린 현수. 재호는 교도소에서 현수를 보고 이렇게 탄식했다. “와, 혁신적인 또라이다.” ‘멍도 이쁘게 드는’ 현수에게 재호는 막무가내로 끌린다. 숨길 수 없는 현수의 선(善)함도 재호를 뒤흔든다. 설경구는 “재호가 현수에게 왜 끌렸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밖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원래 사랑은 이유가 없는 거니까. 변성현 감독은 “첫눈에 반한 것”이라고 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2015)에서 백화점 직원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 캐롤(케이트 블란쳇)이 단번에 끌렸던 것처럼 말이다.
#2 감방 격투신
#3 러시안 클럽
언더커버 형사인 현수를 의심하는 재호. 다짜고짜 화물 엘리베이터를 세우고 몸을 수색한다. 억울하고 분한 현수는 소리를 지른다. “만족해요? 이제?” 재호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현수와 재호의 사랑이 아프게 엇갈리는 순간이다. 변 감독은 인터뷰에서 “둘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갇힌 공간에서 약간은 섹슈얼하게 보이길 바랐다”고 했다.
#4 비극의 정점
사건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먼 길을 돌아 적으로 다시 만난다. 재호는 떨리는 손으로 현수에게 총을 겨눈다. 하지만 쏘지 못한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재호의 얼굴에 짙은 회한이 밀려온다. 이 장면을 두고 설경구는 말했다. “재호는 현수한테만 무너진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데, 현수를 제거하지 않는다. 지고지순, 딱 한 사람뿐인 거다.”
#5 불꽃놀이
영화가 끝나면 가장 사무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꽃놀이를 하며 맥주를 홀짝인다. 행복한 한 때다. 어머니의 죽음을 한탄하는 현수에게 재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대사를 던진다. “그런 일 없었으면, 네가 내 옆에 없었겠지?”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