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18 피해자들이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광주지법에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자신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광주지법에 법원 이송신청서 제출
5·18단체의 ‘회고록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반박
“광주지법, 지역색 강해 신뢰할 수 없다” 주장도
회고록 "나는 희생양" "5·18 책임 없어" 변명
"내란 범죄자의 파렴치한 거짓말" 비난 봇물
이송신청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자택 주소지인 연희동 관할의 법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 측은 대리인을 통해 “광주지방법원은 지역색이 강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5·18기념재단 측은 23일 광주지법에 전 전 대통령 측의 이송신청에 대한 반박의견서를 제출했다.
"출판물에 의한 불법행위 여부를 가리는 재판의 경우 피해 발생지이자 손해배상 의무이행지 법원에서 진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가처분 사건이 광주에서 진행되는 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5월 단체들은 전 전 대통령이 5·18에 대한 진실을 왜곡한 회고록이 시중에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광주 지역 법조인 등과 함께 소송을 준비해왔다.
이 책에는 전 전 대통령이 1997년 4월 자신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을 부정하고 "5·18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는 회고록에서 자신을 '(5·18의)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 표현해 "또 한 번 '역사 쿠데타'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이 책에는 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나 ‘북한군 개입에 의한 폭동’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에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5·18 가해자의 거짓 망발"이라며 소송에 나섰다. 전 전 대통령은 이미 1997년 대법원에 의해 반란과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법률대리인단은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의 김정호(45), 임태호(49), 정인기(46), 홍지은(36·여)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김 변호사 등은 당시 A4용지 67페이지 분량의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회고록 속 허위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5·18과 관련한 각종 자료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문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은 『전두환 회고록』을 기본으로 전 전 대통령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문과 5·18 백서로 불리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등 10여 종의 자료를 분석했다.
지난 5월 발간된 전남대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의 증언록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헬기사격 탄흔 감정결과’ 등도 가처분신청서에 반영됐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지역 법조인들과 함께 5·18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진술·문장이 사실과 다른 지를 무엇이 문제가 되는 지를 철저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고 해 논란을 샀다.
조 신부는 5·18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옥고를 치렀으며,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