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기본료 일괄 폐지안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통신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올렸다.
기본료 폐지 공약 못 지키자
약정 할인율 20 → 25% 손질
이통사 “행정소송 검토 중”
정부 참여 사회기구 만들어
기본료·지원금 등 논의키로
시장개입 논란, 갈등 불가피
근본적으로 시장 가격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는 중장기적 소비자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 우격다짐으로 통신요금을 묶어 두더라도 시장에서 파생되는 ‘풍선 효과’까지 일일이 규제하기란 어렵다. 국정기획위의 발표 직후 증시에선 “이통사들이 요금 인하에 따른 손실을 단말기 보조금과 유통업자 판매장려금으로 쓰는 마케팅비를 줄여 보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이유다. 증권가에선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5%로 올리면 이통 3사는 한 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계산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런 우려에 대한 대책은 빠뜨렸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통신비 인하에 따른 손실은) 통신사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처럼 통신비를 주무르는 건 이통사를 여전히 ‘관치의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KT가 민영화되면서 통신 인프라의 운영은 민간이 맡게 됐다. 공공성만을 강조했다가는 국가 간 정보통신기술(ICT)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간으로부터 대규모 자본 투자를 받기로 한 것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큰소리치는 배경에는 통신 인프라의 민영화가 한몫했다”며 “통신요금을 정부가 정하겠다는 것은 관치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은 소비자 단체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은 특정 계층이나 선택요금 할인을 받는 고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으로 전 국민의 통신요금을 1000원씩 인하한 이명박 정부 당시보다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여러 가지 고려 없이 ‘통신비 인하’에만 집착한 정책을 내놓게 되면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이소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