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씨처럼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가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세를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에 30대 이하 연령대는 가계대출 증가액이 13조6000억원에 달했다(지난해 말 대비).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증가액일 뿐 아니라,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4%를 차지한다.
월세 받는 고령층 작년 43만 가구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가 빌린 돈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 64% 차지
30대는 자가로 전환할 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가구의 비율이 77.9%로 40대(67%)나 50대(44.3%), 60대(39.9%)보다 높게 나타났다.
월세를 줘서 임대소득을 올리는 60대 이상 가구 수는 2012년 27만7000가구에서 지난해 42만7000가구로 늘었다. 고령층의 임대주택 투자가 늘면서 관련 금융부채도 증가세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투자 목적의 임대 가구(자가 거주 중인데 임대도 하는 가구)의 금융부채는 2015년 15.8%, 지난해 12.4% 늘었다. 전체 가구 평균 증가율(2015년 7.3%, 지난해 8.9%)을 크게 웃돈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누증을 해결하려면 ‘소유’가 아닌 ‘거주’ 중심의 주택소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임차인 보호제도를 개선하고 기업·공공형 임대주택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 부실 위험에 대한 경고도 내놨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 수가 2만5000가구, 1.5%포인트 오르면 6만 가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위험가구란 연간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데 쓰는 동시에 금융·실물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가구를 뜻한다. 지난해 고위험가구 수는 31만5000가구(전체 가구의 2.9%), 보유한 금융부채는 62조원(7%)에 달했다.
한은으로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만 봐서는 금리 인상을 검토할만 하지만, 자칫 금리 인상이 취약 차주를 더 어려움에 처하게 할 우려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조정에 나서진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추경 등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된다면 통화정책은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서 향후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한애란·심새롬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