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이끌고자 한다. 김 부총리는 예산통이다. 돈을 어떻게 누구에게 푸느냐엔 프로다. 걸림돌은 통화와 금융, 거시 쪽이다. 금리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은이 돈줄을 죄면 말짱 헛일이 될 수 있다. 애써 재정으로 풀어놓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게 된다. 지난 정부의 최경환·유일호 부총리는 한은과 엇박자였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 핑계만 대지 말고) 재정이 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통화·재정이 따로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바람에 돈을 풀어도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작았다. 김 부총리는 그런 부작용과 위험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위험 커진 국제 금융시장
숙수의 안내가 필요하다
국제 금융시장은 그러나 통화·금융의 거시 경제 전문가가 없어도 될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프로 중 프로가 맡아도 쉽지 않을 위험과 변수가 넘친다. 잠시 잠복했지만 미국·중국 간의 환율 전쟁은 언제든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이 가져올 후폭풍도 하반기부터 서서히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금융질서를 수시로 뒤흔드는 것도 큰 위험이다.
이미 직접적인 충격도 오고 있다. 지난 주말 미 연준(Fed)은 올 들어 두 번째 기준 금리를 올렸다. 한국(1.25%)과 같아졌다. 연내에 2000억~3000억 달러의 자산 매각도 예고했다. 시중의 달러가 그만큼 사라지면 약 0.25%의 추가 금리인상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조만간 돈줄을 죌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빠르면 살아나는 경기의 싹을 자를 수 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시장이 흔들리면 일자리며 개혁이며 공염불이 되고 만다.
이런 글로벌 금융시장을 헤쳐나가는 일은 풍랑과 암초 가득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항로를 꿰뚫고 바람과 파도를 읽어내며 선원들을 이끌 숙수(熟手)가 필요하다. 특히 국제 네트워크도 풍부해야 한다. 그래야 흐름을 놓치거나 왕따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청와대가 사람 고르는 데 애먹고 있다지만 넓게 보면 인물은 많다. 예컨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나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은 한국이 낳은 국제 금융계의 보물이다. 이명박 정권 때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내칠 일이 아니다. 경제수석 겸 거시 쪽의 항해사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신현송은 박근혜 정부 때 한국은행 총재 자리도 거절했다. 어떻게 영입해 쓸 것이냐는 이 정부의 역량에 달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직은 괜찮다지만 안심할 일은 아니다. 급증하는 나랏빚·가계빚은 시한폭탄과 같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구조적 악재에 외교·안보 불안까지 겹쳤다. 뼈가 튼튼해야 맷집도 세진다. 거시경제라는 뼈대가 받쳐줘야 일자리도, 개혁도 가능하다. 제대로 사람을 쓰는 게 시작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