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 5시간33분간 490㎞ 비행

중앙일보

입력 2017.06.22 02:04

수정 2017.06.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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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지난 9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견된 무인기 실물을 공개하고, 이 비행체가 지난달 2일 북한의 금강군에서 날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김경록 기자]

지난 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소형 비행체는 북한 무인기로 결론났다고 국방부가 21일 밝혔다. 비행경로 분석 결과 등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 김종성 항공기술연구본부장은 “북한 무인기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쯤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발사돼 17분 후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북한으로 되돌아가던 중 오후 3시33분쯤 인제군 남면 관대리에서 추락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발사 지점은 MDL 북쪽 7㎞ 떨어진 곳으로 근처에 북한의 무인기 기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락 장소는 발사 지점에서 42㎞ 거리였다.

국방부 “5월 2일 북 금강군서 발사”
한국 포함 7개국 부품으로 조립
사드 기지 촬영, 정찰총국 주도한 듯

북한 무인기는 5시간33분간 490㎞를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행 중 551장의 사진을 찍었으며, 이 가운데 19장은 경북 성주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를 촬영한 것이었다. 추락 원인은 연료 부족으로 추정됐다. 김 본부장은 “발사 후 한 시간이 지난 뒤 갑자기 엔진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연료가 예상보다 더 빨리 소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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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인기는 2014년 3월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보다 항속거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난 600㎞급으로 나타났다. 체코제 2기통 50㏄ 엔진(백령도 무인기는 35㏄)을 달고 날개폭을 40㎝ 더 키운 2.86m로 만들었다. 체코 이외 한국·미국·중국·일본·캐나다·스위스 등 모두 7개국에서 제조한 부품으로 조립됐다. 동체를 하늘색으로 칠한 건 우리 군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 추정이다.
 
군 당국자는 “사드 기지 정찰과 같은 전략적 목적에 투입한 점으로 미뤄 정찰총국이 주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찰총국은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 대남 공작기관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이버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 당국자는 또 “소형 무인기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폭장량이 3㎏ 안팎에 불과해 파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무인기를 보내 군사기지를 정찰한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군사 도발이라고 보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한 조사를 유엔군사령부에 요청했다. 군 당국은 북한 소형 무인기를 탐지·격추할 수 있는 신형 레이더, 신형 대공포, 레이저 대공무기를 가급적 빨리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