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날 열린 왕위계승위원회에서 43명 31명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서열 1위는 살만 국왕의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57) 왕자였다. 살만 국왕은 칙령을 발표하고 왕실과 국민에게 빈 살만 왕자에게 충성 서약을 요청하면서 왕세자 임명을 공식화했다. 빈 나예프 왕자는 서열 1위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내무장관직도 내려놨다.
살만 국왕의 아들 31세 빈 살만 왕자
국방장관, 석유 정책 좌우하는 ‘실세’
형제상속 전통 깨고 부자세습 체제로
중동에선 왕자들의 이름 앞글자를 따 빈 나예프 왕자를 ‘MbN’, 빈살만 왕자는 ‘MbS’라는 약칭으로 부른다. MbS의 권세가 공식 서열 1위인 MbN을 역전할 정도로 강력했던 셈이다.
사우디 왕가는 1932년 압둘아지즈 이븐사우드 국왕이 개창하고 장자인 2대 사우드 국왕이 처음 왕위를 계승한 이후부터는 형제상속의 전통을 지켜 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MbS가 왕위를 물려받으면 개창 1세대와 2세대 국왕 시대를 지나 3세대 손자 시대를 최초로 열게 된다. 전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살만 국왕은 왕위 승계에 앞서 외무부·석유부·주미대사 등 정부 요직을 MbS의 측근으로 세대 교체해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준비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살만 왕이 조카를 밀어내고 친아들을 후계자로 올린 건 사우디가 세계 최대의 석유수출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MbS는 아람코의 기업 공개, 여성 권리 신장,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구조 재편, 도시 개발 등 사우디의 개혁 청사진인 ‘사우디 2030’을 주도해왔다.
MbS는 외교적으로는 대 이란 강경파로 평가된다. 2015년 사우디 중심의 연합군을 조직해 예맨 내전에 개입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후티 반군을 몰아냈다.
BBC는 다른 무엇보다 보수적인 종교 세력을 발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왕세자의 성향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은 MbS의 이같은 움직임을 좋아하지만 이슬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 왕실에는 1만5000명의 왕자와 공주가 있다. 그중 왕자는 7000명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