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합류 … 문재인 외교안보 라인 ‘자주파’가 전면에

중앙일보

입력 2017.06.2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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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남관표(60) 주스웨덴 한국대사를 임명했다. 지난 5일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의 중도하차로 비어 있던 자리다.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남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내에서 대미 자주 외교노선을 강조해 온 이른바 ‘자주파’로 분류된다. 남 차장은 노 정부 초기 외교통상부 조약국(현 국제법률국) 심의관이었다. 노 대통령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는 ‘동맹파’로 나뉘었다. 한·미 FTA 체결, 이라크 파병,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각종 현안에서 갈등이 첨예했다. 외교부 조약국 내엔 자주파가, 북미국엔 동맹파가 많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폄훼 투서 사건은 상징적 사건이다. 한 외교통상부 북미국 간부가 직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청와대 내 386 인사들의 대미 외교 정책을 “반미적”이라고 발언한 것을 당시 북미3과 직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투서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공무원은 민정수석실의 강도 높은 조사 후 보직 해임됐고, 여파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까지 사퇴했다. 당시 남 차장은 자주파 입장에서 민정수서실의 조사를 받았고, 그해 남 차장은 외교 관료로는 드물게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됐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남, 노무현 정부 때 자주외교 중시
문재인의 민정수석실에 근무 인연
서훈·이상철·서주석도 대북대화론
“미국이 대북관계 신호로 읽을 수도”

이후 남 차장은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국장,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조정관, 주헝가리 대사를 거쳐 최근까지 주스웨덴 대사로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외교안보 라인은 남북대화와 (대미) 자주외교를 강조하는 ‘자주파’가 큰 줄기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제외하면 북핵과 4강 외교 전문가보다는 다자외교를 담당했던 이들이 주다. 이전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을 군인 출신으로 임명했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통상 전문가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기용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엔 출신이다. 이상철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은 국방부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대표 등 대북 실무회담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하면서 임명한 서훈 국정원장도 대북 대화론자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 수석을 지낸 서주석 국방부 차관 역시 당시 자주파의 중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라인이다.
 
문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게 하거나,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에 대한 보고 누락을 재조사시킨 것 등이 자주파 라인의 포진에 따른 변화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가 일각에선 미국이 자주파 중심의 인선 자체를 대미·대북 관계의 상징적인 신호로 읽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미옥과학기술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에 문미옥=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으로 문미옥(49)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를 임명했다. 포항공대 물리학과 출신의 문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으로 영입했다.
 
문 보좌관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직은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가 승계한다. 청와대 경제수석 산하 중소기업비서관에는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유력하다고 한다. 임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전 장관의 장남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