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정부가 제시한 ‘서민’ 기준을 찾아봤다. 이번 대책이 적용되지 않는 서민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이면서▶5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무주택 가구주다. ‘또는(or)’이 아니라 ‘그리고(and)’ 조건이라 세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도시실장은 “서민 주택마련 대출인 ‘디딤돌 대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소득 평균 7145만원인데
6000만원 이하를 서민으로 규정
소득·집값 세분화한 대안 마련해야
빚 갚을 능력(소득)은 있지만 종잣돈이 없는 가구는 원하는 지역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대책에서 LTV를 60%로 낮춘 만큼 집값의 40%는 들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 서울에서 평균값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적어도 2억4000만원은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맞벌이 직장인 이태연(34)씨는 “웬만한 곳의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사다리(대출)’마저 걷어차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일부 지역만 과열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역 맞춤형 ‘중(中)규제’를 내놓은 건 합리적인 대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같은 초강수를 동원했다간 전반적인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반대로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간 가계부채만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민 실수요자에게 미칠 부작용은 좀 더 세심히 들여다봤어야 했다. 대책 발표 직후 페이스북·카카오톡 같은 SNS에선 ‘6·19 부동산 대책 요약’이란 우스개 글이 퍼졌다. ‘부자=영향 없음. 졸부=불만이라 쓰고 영향 없음이라고 읽음. 돈 버는 흙수저=타격 대상. 서민=어차피 집값 마련 못함. 은행=신용대출 영업 활개. 재건축 조합원=정부 파이팅!’이란 내용이었다.
획일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차주(借主)·지역별 소득과 집값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더 세분화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서민 소득 기준을 최소 1000만원 이상 높이고 주택가격 기준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공급 계획 청사진도 마련해야 한다. ‘투기 억제’란 명분이 크더라도 내집 장만하려는 실수요자가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기 잡겠다는 핀셋으로 서민까지 잡는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