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치를 양분해온 중도우파 공화당계는 131석을 얻어 제1 야당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기존 200석에서 크게 위축됐다. 직전 집권당이던 중도좌파 사회당계는 250석 넘게 잃고 32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극우 국민전선(FN)은 대선후보였던 마린 르펜이 최초로 의회에 입성하는 등 8석을 획득했으나 당초 자신들의 목표치인 15석엔 미치지 못했다. 극좌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17석을 얻었다.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여성 223명 당선 역대 최다
하지만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선,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42.64%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앙마르슈는 결선투표에서 43%를 얻었는데, 전체 프랑스 유권자를 고려하면 20%의 지지도 받지 못한 셈이다.
당장 마크롱 정부의 과제는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노동 유연화 개혁안을 어떻게 관철하느냐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전선(FS) 등은 도심 집회를 개최하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외에도 테러 예방 등을 위해 영장 없이 수색, 가택연금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경찰 권한 강화 법안 등 마크롱의 다른 공약들도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화제의 당선자들=이번 총선에선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낙마하고 새 인물들이 수혈됐다. 2010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가 앙마르슈 소속으로 70% 가까이 득표하며 당선됐다. 94년 80만명이 희생된 르완다 집단학살의 생존자로 프랑스 가정에 입양돼 자란 27세 경제학자 에르브 베르빌도 의원이 됐다. 모로코 이민자의 아들인 33세 컴퓨터 전문가 무니르 마주비는 디지털 담당 장관으로 입각한 데 이어, 사회당 당 대표인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마저 꺾었다. 반면 사회당은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가 1차에서 탈락했고, 마티아스 페클 전 내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특히 여성 223명이 당선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백인 남성이 주도하던 프랑스 의회의 틀이 깨진 것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