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작은 대형 자동차 커뮤니티 중 한 곳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비롯했다. 영상을 보면 한 붉은색 스팅어가 보닛을 열고 정차해 있다. 스팅어 엔진룸에서는 얼핏 심각해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운전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소화기를 엔진룸에 분사하고, 소방차가 출동해 진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기아차에 따르면 일명 '스팀(steam)어' 사건은 현대기아차 영업사원이 출발제어기능(론치콘트롤·launch control) 조작 미숙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다. 론치콘트롤은 차량 동력을 순간적으로 최대치까지 끌어내는 기능이다. 기아차 측은 “영업사원이 시승 중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상태(스톨발진모드)를 수 분 이상 유지하다가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해명이 사실이라면 ‘스팅어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스톨발진모드를 계속 유지하면 기아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성능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영업사원, 론치콘트롤 기능 시험하다 소방차 출동
스톨발진모드 계속 유지하면 엔진 과열은 당연한 수순
수입차 고성능 브랜드도 무리하게 조작하면 문제 생길 수
보조 안전장치는 추가할 필요 있어
그런데 스톨발진모드를 계속 유지할 경우 미션오일이 고갈해 엔진이 과열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고출력을 잠시만 유지해도 미션에 무리가 가는데, 수 분 동안 이런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면 운전자 조작 미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본지 기자도 지난 8일 스팅어를 시승하면서 22차례 론치콘트롤 기능을 사용했지만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다소 나긴 했지만 엔진은 무리 없이 버텼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보다 가혹하게 차량을 다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처럼 만일의 상황을 방지하는 과열 방지 기능은 기아차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BMW M시리즈의 경우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시간이 수 분 이상 지속될 경우 자동으로 론치콘트롤 기능이 해제된다. 엔진에 과도한 무리가 가능 상황을 차량이 알아서 방지하는 것이다. 또 국산차 최초로 도입한 기능인만큼 기아차가 운전자에게 론치콘트롤의 조작 방법과 위험성을 보다 자세히 고지할 필요도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