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때문에 동맹 깨진다면 그게 동맹인가"

중앙일보

입력 2017.06.17 07:34

수정 2017.06.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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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직설적 발언을 쏟아 냈다.
 
 동아시아재단의 미국 현지 세미나에 참석차 방미 중인 문 특보는 이날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에 대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ㆍ미동맹이 깨진다는 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 문 특보는 워싱턴에서 만난 미측 싱크탱크 인사가 사드 문제로 동맹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비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는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방어용 무기 체계인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유사시 미군이 온다는 데 대해 회의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사드의 완전 배치를 지연키로 한 것을 한ㆍ미동맹을 약화하는 조치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나왔다. 문 특보는 단 “특보가 아닌 학자 개인으로서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특보 문정인 교수, 방미중 직설 발언
"사드가 동맹 전부 말하면 수용 어려워"
"북핵 동결땐 전략자산 배치 줄일 수도"
"남북 대화, 북미 대화 조건과 맞출 필요 없어"

  문 특보는 앞서 이날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한ㆍ미 신행정부 출범과 한ㆍ미동맹’ 세미나에선 “주한미군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고 우리 대통령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법을 건너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선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등 사계절에 걸쳐 어떤 영향을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도 그 규정을 건너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또 북한이 핵ㆍ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ㆍ미 합동군사훈련과 미국 전략 자산의 전진 배치를 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세미나에서 “문 대통령은 두가지를 제안했는데 먼저 북한이 핵ㆍ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해 합동 군사 연습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특보는 “내 생각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줄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알렸다. 문 특보는 나머지 하나로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제안은 북한의 비핵화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연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가운데)가 16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함께 방미했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함께 전략자산의 배치 문제를 설명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문 특보는 특파원 간담회에서 추가 설명을 통해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 항공모함ㆍ핵잠수함 등 전략 자산을 전개할 필요는 없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전진배치됐던 전략 무기를 하향 조정해 그 이전처럼 하면 (남북간) 위기가 완화되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했다. 문 특보는 지난 4월 종료된 독수리 훈련을 거론하며 “훈련이 끝나면 핵 추진 항모전단 칼빈슨함이 떠나야 했는데 5월까지 있었다”며 “한반도를 더 안정되게 하려면 불필요하게 (전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핵ㆍ미사일 동결과 전략 자산 전개 축소 제안을 북한이 수용할 지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시도는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단 이달 말 한ㆍ미  정상회담에선 전략자산 전개 축소나 전시작통제권 환수는 협의 대상이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문 특보는 또 전날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이 비핵화해야 대화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한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느냐.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 특보는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국이 북한과 대화하는데 대해)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우리가 남북 대화를 하는데 북미 대화의 조건과 맞출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동맹은 국익에 따라 협의하는 것인데 우리가 미국과 (대북 대화를 놓고)  동조화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대북 원칙을 발표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경우 합동군사훈련은 물론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의 전략자산을 줄일 수 있다는 문 특보의 언급은 파격적이다. 그간 역대 정부는 한ㆍ미합동군사훈련은 방어적 목적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과 연계해 변경할 수 없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또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폭격기,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은 북한의 도발에 따른 억제적 조치로 간주해 왔다. 따라서 전략자산의 전개를 줄일 수 있다는 언급은 미국의 한반도 억제 전력의 전개를 줄일 수 있는가는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