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소지자는 3000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주행 중 갑자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현대드라이빙아카데미 참가자는 51명(3명 불참). 2만 명이 신청했는데, 입금 순으로 54명만 선발했다고 한다. 이 중 운전면허학원을 생각하고 온 사람은 기자뿐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폭발적인 배기음과 엔진소리, 아찔하게 추월할 때 터져 나오는 함성 등 카레이싱에 대한 로맨스를 실현하기 위해 ‘광클(빠르게 클릭한다)’한 사람들이 주로 모였다. 한 참가자는 “카레이싱은 참가비만 80만원에 타이어 10짝 가는 비용도 300만원은 드는 걸로 안다”며 “이번 아카데미는 비용은 물론 차량 고장·손상 걱정 없이 마음대로 차를 운전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참가 동기를 설명했다.
카레이서 8년차인 박규승 현대드라이빙아카데미 교관은 “도로에서 가끔 이상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만나면 확 받아버리고 병원에서 쉬다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도 “막상 차가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대처를 해버리는 바람에 사고가 안 나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기자 같은 ‘물면허’ 운전자에게 드라이빙아카데미가 꼭 필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계기판과 눈높이를 조절하려면 천정에 주먹이 하나 들어간 정도로 높이를 조절하라거나 안전벨트를 쇄골에 맞춰야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기자는 왼발을 의자에 올리고 운전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조훈현 수석강사 덕분에 풋레스트(footrest·브레이크 페달 좌측에 왼쪽 발을 올려놓는 공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긴급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강력하게 조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왼발이 풋레스트에 고정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드라이빙스쿨 참가기
잘못된 운전습관 고칠 수 있는 기회
교관들 안전 운전 기술을 강조
‘물면허’ 운전자도 유용한 과정
바닥에 비눗물을 뿌린 저(低)마찰로 주행에서는 브레이크만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바닥이 워낙 미끄러워 차량이 코너를 돌면서 가속을 하면 뒷바퀴가 순간적으로 바깥쪽으로 쭉 밀리는데(오버스티어·oversteer), 이런 현상을 처음 경험한 기자는 당황해서 러버콘을 줄줄이 치고 달리면서 코스를 이탈했다. 힐끔 교관 눈치를 봤더니 “시선은 전방을 유지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아반떼 같은 전륜구동 차량의 경우 가속페달을 밟을 때 앞바퀴가 눌리고 뒷바퀴가 살짝 뜨면서 접지력을 잃는다. 이때 노면이 미끄러우면 뒷바퀴가 밀려서 오버스티어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순간적으로 운전대를 주행 중인 방향의 역방향으로 확 꺾었다가 원위치 하는 기술(역핸들·counter steer)이 필요하다.
러버콘을 일정 간격으로 배치해서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슬라럼은 차량의 길이와 폭에 익숙해지고 운전대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교관들은 슬라럼 구간 대처 요령으로 시야를 넓게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장애물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노동기 현대드라이빙아카데미 교관은 “포수가 공을 미리 보고 있어야 미트로 공을 잡는 것처럼, 미리 다음 장애물(러버콘)을 봐야 차선을 급히 변경해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교관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시승하는 기회(택시 드라이빙)도 주어졌다. 알고 보니 교관 전원이 레이싱 대회 수상 경험이 있는 프로 레이서였다. 한 참가자는 지난해 ‘올해의 드라이버상’ 수상자 정의철 현대드라이빙아카데미 교관의 차량에 탑승하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가속과 브레이킹·코너링 등 교관의 차량은 참가자들이 몰던 것의 움직임과 차원이 달랐다. 행사 참가자인 자동차블로거 윤 모 씨(30)는 택시 드라이빙에서 “정말 내가 몰던 것과 같은 차량이냐”며 “i30가 엄청나게 저평가된 차량이었다”고 탄성을 내질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