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가 입원한 미 신시내티대 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가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이긴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듣더라도 아무 반응이 없고 자신이 의도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며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으로 인한 ‘깨어있지만 반응을 하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웜비어의 뇌 손상의 원인은 아직 모른다면서 “다만 이 같은 뇌 손상은 일정한 혈류 공급이 중단된 심폐정지 상태에서 뇌조직이 죽을 때 흔히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미 의료진 "원인 불명…北 주장 식중독 근거 발견 못해"
웜비어 부친 "김정은 정권이 아들에 테러, 용서 안해"
그러나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들이 김정은 정권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잔인한 일을 겪었다. 북한이 우리 아들을 대한 방식에 대해선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북한이 억류된 모든 미국인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고향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도착한 다음 날인 14일 밤 10시쯤 전화를 걸어 의식이 없는 웜비어의 상태에 대해 ‘슬픔(sorrow)’을 표시했다. 이어 웜비어의 송환을 위한 미 국무부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고 부친은 전했다.
웜비어는 버지니아대 재학 중이던 지난해 1월 평양에 관광을 갔다가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웜비어의 북한 여행기간 중 한 방을 썼던 영국인 대니 그래튼은 15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겪은 웜비어는 이런 일(호텔에서 선전물 절도)를 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매우 예의바른 청년이었다”고 말했다. 또 “여행 기간 중 웜비어가 한번도 선전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고 이런 일을 계획했다는 낌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뉴욕에서 유엔(UN) 주재 북한대사를 만나 웜비어의 건강상태를 접한 후 석방을 추진했고 웜비어는 13일 들것에 실린 채 귀국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대북 비난 여론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북한 응징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를 주장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