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빨판 응용, 탈부착 소재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입력 2017.06.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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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은 자체 특수 단백질을 이용해 거친 파도가 치는 갯바위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을 수 있고, 게코 도마뱀은 주름이 난 발바닥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듯 벽면이나 천정에서도 붙어있는 비결을 품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생물의 독특한 원리를 이용한 생체모방 기술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문어 빨판도 생체모방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대표적 분야다. 성균관대 방창현 교수 연구팀은 14일 문어 빨판의 독특한 돌기 원리를 밝히고, 이를 모사해 물 속이나 습한 환경에서도 접착제 없이 탈부착할 수 있는 패치(사진)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방창현 교수 연구팀
접착제 없이 물 속에서도 잘 붙어
의료용 패치·웨어러블 장치에 활용

기존의 화합물로 만든 점착(粘着·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성질) 소재는 표면이 젖을 경우 점착력이 사라지거나 끈적이는 오염물을 남기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방 교수 연구팀은 문어의 빨판 내부에 있는 입체 돌기 구조에 주목해 문어 빨판의 점착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또 이를 공학적으로 디자인하고 모사해, 습한 표면뿐 아니라 물 속이나 사람의 굴곡진 피부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1만 회 이상 반복적으로 탈부착할 수 있고, 오염물도 남기지 않는 고점착 패치를 개발했다. 문어의 빨판 내부에는 공 모양의 미세 돌기가 있어 높은 점착력을 만들어 낸다. 빨판 근육이 수축하면서 표면의 수분을 밀어내고, 남은 수분은 공 모양의 돌기와 빨판 내부 표면 사이 공간으로 밀려나면서 진공상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방 교수팀은 이런 원리를 파악하고 이용해 탄성이 높은 고분자의 미세 돌기를 가진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빨판형 점착 소재를 만들었다. 방 교수는 “최근 의료와 반도체 소재 시장이 서로 융합하면서 청정 점착 소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문어빨판 원리를 적용한 패치소자는 의료용 패치나 진단 치료용 웨어러블 장치, 장기 조직 봉합 등 다양한 분야에 획기적인 원천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과학전문 학술지 『네이처』 6월 15일자에 게재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