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이하 현지시간) 0시54분쯤 런던 서쪽 켄싱턴 북부의 그렌펠 타워에서 불이 나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붙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오후 저녁 12명이 숨지고 약 7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런던경찰청 스튜어트 쿤디 국장은 "현 시점에서 12명 사망을 확인할 수 있지만 복잡한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 같다"며 "불행히도 추가로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브 앱터 런던소방대 부대장도 소방관들이 건물 대부분에 대한 수색을 마쳤다고 밝혔다.
400~600명 거주하는 임대아파트
저층에서 발생해 24층 모두 불 타
사고 원인, 사상자 수 파악 안돼
BBC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불이 건물 저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고 전했다. 당초 2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4층에 사는 남성이 집 냉장고에서 불이 났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엇갈린 목격담도 전해졌다.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불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쿤디 국장은 “현 단계에서 화재 원인을 밝히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1974년 건축된 해당 건물은 임대아파트로 켄싱턴·첼시 구청이 소유하고, 관리는 영국 최대 임대 관리업체인 ‘켄싱턴첼시임대관리회사(KCTMO)’가 맡고 있다. 이 업체는 2012년부터 2년간 외벽과 난방 시스템 등을 리모델링 했다. 화재 당시 건물에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또 KCTMO는 2014년 리모델링 진행 중 안내문에서 “각 가구의 현관은 화재 발생 시 30분간은 견딜 수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다른 고지가 없으면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소개한 것으로 보도돼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주민과 어린 자녀를 살리기 위해 창밖으로 던지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이전부터 입주자협의회 측이 화재 위험을 제기해 왔던 곳으로 소방차 등 응급 차량 접근도 힘들었다고 한다. 한 생존자는 “언젠가는 일어났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프랑스 방문 중이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비극적인 인명 손실에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