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社史)에 남을 차량을 출시한 건 올해가 페라리에게 특별한 해라서다. 엔초 페라리 창업자가 처음으로 페라리125S를 타고 이탈리아 마라넬로 거리를 시범 주행한 지 정확히 70년이 됐다.
전기차는 게임체인저…우린 트렌드에 순응하지 않는다
“스팅어 제로백(4.9초) 나쁘지 않다…페라리는 가장 느린 게 3초대”
“3년 후 차량 잔존가치 75% 이상 자랑스러워”
한국 모터스포츠 대중화 선도 포부
"격차가 줄어드는 지금 상황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느냐"고 묻자 디터는 싱긋 웃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페라리 고객은 도로에서 본인의 차와 같은 차종을 마주칠 일이 없는 페라리의 ‘배타성(exclusive)’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량 양산차와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모터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카는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퍼포먼스를 갖춘 차를 개발하다 보면 성능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전기모터 탑재를 고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기차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테슬라 모델S나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등의 인기에도 역시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언급한 이유다.
페라리의 브랜드 가치는 차량 잔존가치에서 잘 드러난다. 잔존가치는 자동차 계약이 종료됐을 때 남아있는 차량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 것이다. 독일 잔존가치 전문 조사 업체 베어&페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잔존가치가 높은 양산차는 BMW 미니 클럽맨(잔존가치 58%)이었다. 예컨대 차량 출고 가격이 4880만원이라면 3년 후 이 차량의 가치는 2830만4000원 정도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페라리는 모든 차종이 3년 후 75% 이상의 잔존가치를 유지한다는 것이 디터 CEO의 주장이다. 그는 “신차를 구입한 뒤 3년 후 반납하는 리스 계약을 체결할 때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통상 잔존가치를 40% 이하로 인정하지만, 유일하게 페라리만 75% 이상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량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실제로 국내 시판 차량 중 최저가인 캘리포니아T 모델은 출시가가 2억7800만원이다. 수천가지 옵션을 고르다 보면 3억원은 금새 뛰어넘는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는 비판에 대해 디터 CEO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어 친근한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굳이 방한한 건 한국 시장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생산하기 수 년 전부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에 올해 판매대수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올해 한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5% 증가한다.
그가 담당하는 일본 시장과 한국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디터 CEO는 “일본은 이미 레이싱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성숙한 국가라면, 한국은 레이싱 문화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라며 “페라리가 한국 모터스포츠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