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보법 위반 혐의로 2014년 2월부터 3년 5개월째 ‘피의자’ 신분인 인물이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75) 신부다. 박 신부는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NLL(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 등의 발언을 해 보수 단체들로부터 고발됐다.
전북경찰청은 2014년 9월 “박 신부의 발언이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있다”는 외부 기관 3곳의 이적성(利敵性) 감정 결과를 토대로 박 신부에게 세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조사는 불발됐다. 박 신부가 “성직자의 강론을 수사하는 것은 종교 탄압”이라며 출석을 거부해서다. 경찰은 보통 피의자가 출석을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거나 추가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데 박 신부의 경우는 2014년 9월 이후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현승 전북지부장은 “통상 고소·고발 사건은 석 달 안에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기는데 3년 넘게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박 신부에게 연락할 방침이라고 한다. 진보·보수 진영 양쪽에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서다. 이형택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당사자가 당시 발언을 왜 했는지 등을 알려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령에다 다리까지 불편한 박 신부에 대한 수사를 피의자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석재 변호사는 “수사를 오래 끄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피의자 처지에선 오랜 기간 수사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수사는 조기에 마무리해야 하고 장기 미제 사건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정리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보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개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