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첫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 발매 나흘 전 만난 황치열은 타이틀곡 ‘매일 듣는 노래’를 먼저 들어보자는 기자들의 요청에 구미 사투리로 “쑥스럽구로”라고 손을 내젓다가도 이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감미로운 멜로디를 선보였다. 그는 “이제 어딜 가도 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며 데뷔앨범 ‘오감’ 이후 10년 만에 처음 나온 앨범을 연신 쓰다듬었다.
첫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 낸 황치열
너목보·불후의명곡서 존재감 보여
중국판 나가수로 한류스타 반열에
“매일 들을 수 있는 담담한 노래들”
10만장 선주문 … 24~25일 콘서트
그는 경연을 두고 “자기와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불후의 명곡’과 ‘나는 가수다’로 각각 14차례 경연 무대에 섰어요.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제 자신이 바로 앞에 딱 나타나 가로막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못 움직이는 거죠. 스스로 발전해야만 한계를 넘어설 수 있거든요. 사실 매 순간이 고비였어요.”
긴 무명 시절 갈고 닦은 모든 것은 훌륭한 재료가 됐다. 구미에서 10년간 비보잉을 한 덕에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라이브가 가능했고, 인피니트·러블리즈 등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로 전전해야 했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회사에서 매달 20만원씩 생활비를 줬는데 계약이 해지되고 나니 앞이 깜깜하더라고요. 뭐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기계공학을 전공해 3년 동안 다니던 직장까지 때려쳤으니 퇴로도 없었다.
중국어의 ‘중’자도 몰랐던 ‘황쯔리에(黄致列)’로 황태자로 거듭난 데도 ‘버티기’ 정신이 단단히 제 몫을 했다. “말을 모르니 들으면서 외워야 하잖아요. 매주 다른 노래를 해야 하는데. 밥 먹을 때 빼고 눈뜨고 있는 시간 내내 연습만 했어요. 외국인도, 댄스곡도 없던 경연 프로그램에서 제가 나와서 열심히 하니까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출퇴근길에 오시면 고마우니까 또 한 30분 같이 떠들고. 그라니까 막 100명씩 오시고.”
경연에는 도가 텄지만 앨범은 이제 시작이라는 그는 자신이 가진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경연곡은 여러번 듣기 힘들어요. 흉성을 끌어내서 두성을 붙여갖고 계속 10으로 지르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여러번 들어도 무리없게 조금 심플하고 담담하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매일 들어야 되니까. ‘사랑 그 한마디’처럼 직접 쓴 노래도 있고.”
그는 매일 들었던 노래로 임재범의 ‘비상’을 꼽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 날고 싶어”라는 노랫말은 “나 노래 잘 하잖아” “나 춤 잘 추잖아”라고 되뇌이며 절치부심하던 시절과 꼭 맞아떨어진다. “이제 물꼬를 텄는데 강줄기가 될 때까지 또 열심히 해야죠. 실시간 검색어 1등도 해봤는데 음원 1위도 함 해보고.” 앨범 선주문량만 10만장에 달하고, 24~25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국내 첫 단독 콘서트도 마련돼 있으니 준비는 끝났다. 이제 진짜 날개를 펼 때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