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5·BC카드)가 빨강색 골프백을 카트에 싣고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뒤엔 아버지 장창호(65)씨와 어머니 김연숙(66)씨의 모습이 보였다. 2주 연속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대회에 참가한 뒤 귀경하던 길이었다.
국내 투어 돌아온 장하나 인터뷰
즐길 틈 없는 LPGA 쳇바퀴 힘겨워
“돌아갈까” 아빠 권유에 이튿날 짐 싸
나 하나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꿈 꿀래요
올림픽 금 따고 남친 프러포즈 받고파
- 국내 투어에 복귀해 대회를 치른 기분은.
-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다른 선수의 팬까지 나를 응원해 주시는 걸 보고 기뻤다. 어떤 사람은 나를 ‘장심청’이라고 불렀다. 대회 관계자 한 분은 엄마와 지내기 위해 복귀했다는 내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시더라.”
- 3년 만에 돌아온 국내 투어는 어땠나.
- “선수층이 더 두터워진 느낌이다. 전에는 20여 명이 선두권에서 우승을 다퉜는데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선수가 튀어나와 우승을 한다. ”
- LPGA 투어를 접기로 결심한 건 언제인가.
- “지난해 말부터 ‘돌아와야 겠다’ 마음을 먹었지만 아빠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싶어 말을 못 꺼냈다. 그런데 피닉스에서 열린 대회 이후 아빠가 ‘이제 그만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 하셨다. 아빠가 그런 말을 하시기까지 얼마나 고민하셨을까 싶었다. 두말 없이 ‘네’ 하고 다음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 미국 생활이 그렇게 힘들었나.
- “국내에서 우승을 하면 가족·친구와 함께 파티를 했다. 그런데 미국에선 우승을 해도 저녁에 아빠와 건배 한번 하고 들어와 다음 대회를 위해 짐을 싸야 했다. 나 자신이 꼭두각시 같기도 했고, 하염없이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 같기도 했다. 타이틀을 따면 그 다음해는 그걸 지키기 위해 더 안간힘을 써야 하고…. 그러는 동안 엄마와 아빠는 조금씩 더 늙어가신다고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다.”
- 앞으로 어떤 골프를 하고 싶나.
- “미국에 진출하면서 세계 1위라는 목표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13년 행복하게 골프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꿈을 만들고 싶다.”
- 결혼은 30세 전에 하고 싶다고 했는데.
- “나름대로 시나리오도 짜 놨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하는 공항 입국장에서 남친이 꽃다발을 안기며 프러포즈를 하는 거다. ‘지금까지는 나라와 골프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날 위해 살아줘’라고. 하하.”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 인터뷰 전문은 16일에 발행되는 월간중앙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