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으로 올라온 지하 유출수 3500여 톤(하루 기준)중 1200톤 가량은 인근 고려대 평생교육원 건물(라이시움 빌딩)로 흐른다. 이 건물의 냉·난방 시설에 사용된다. 고려대는 지난 2014년 서울교통공사와 협약을 맺어 수돗물 대신 지하유출수를 가져와 활용하고 있다.
◇가뭄에 빛나는 도심 속 오아시스
이 건물은 연간 2억원이 넘던 에너지 비용이 6000만~7000만원으로 줄었다. 운영 및 관리를 맡은 장춘근(67) 서울교통공사 기계관리소장은 “집수정에 고인 물 중 일부는 도로청소와 가로수에 물을 주는 데에 수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당현천은 건천(乾川)이었다. 수락산에서 발원하여 중랑천으로 흐르는데 원래는 비가 올 때만 물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항상 물이 흐른다. 물의 공급원은 당현천 인근 지하철 4호선 노원역의 지하유출수다.
지하철 역사에 흐르는 물 하루 10만톤
하천유지, 도로청소 등에 쓰여
◇매일 10만톤씩 지하철역에 고여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유출수는 하천유지(9만6486톤)에 가장 많이 쓰인다. 뒤이어 에너지 활용(2744톤), 조경용수(800톤), 화장실(417톤), 건물용수(300톤) 순으로 활용된다.
서울시가 지하 유출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최근 서울의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지난 2개월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67.8mm로 평년(186.8mm)의 36% 수준이다.
강수량 부족이 시민의 생활 불편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물 공급원인 소양강댐·충주댐·횡성댐 등 상류댐의 올해 저수량은 정상 수준이라 시민들이 샤워ㆍ식수 등으로 사용한 물은 아직 충분하다. 다만 내리는 비의 양이 적으면 시내 가로수가 말라 죽거나 공용 건물의 화장실 등 건물용수로 쓸 물이 부족해진다. 지난 2012년 ‘104년 만의 가뭄’ 당시 수목 8만4000여 그루가 고사하기도 했다.
◇가뭄 대비 물 재활용 정책 추진
시는 혹시 모를 수돗물 공급 차질에도 대비하고 있다. 시내 6개 정수장에 비상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상수원이 마를 경우에 대비해 아리수 20만병과 비상급수차량 105대도 대기시켰다. 또 가로수가 고사할 것에 대비해 청소차량 202대도 마련해놨다. 안대희 서울시 물순환정책과장은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가뭄과의 전쟁에 맞서 빈틈없는 조치로 시민들의 생활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