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스본 영국 보수당 전 재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BBC에 출연해 사흘 전 총선에서 패배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소폭 개각을 발표하며 총선 패배 수습에 나선 메이 총리를 향해 ‘데드 우먼 워킹’이라고 표현하며 곧 물러날 사람이 개각을 단행한다는 투로 비아냥거린 것이다. 오스본 전 장관은 메이가 내년쯤 사퇴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집행일이 결정된) 사형수와도 같다”고 말했다.
오스본 전 장관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했다가 메이 총리 취임 후 경질된 인물이다. 주요 언론들은 오스본 전 장관의 묘사를 총선 패배로 흔들리고 있는 메이 총리의 현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ㆍCNN 등은 ‘데드 우먼 워킹’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소폭 개각으로 수습 나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그러나 여야ㆍ내각 전방위로 사퇴 압박
여론조사서 노동당이 보수당 지지율 추월까지
영국 더선데이타임스가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영국인 48%가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임은 38%에 그쳤다.
보수 성향 더선은 보수당 원로들이 메이 총리 6개월 뒤 교체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장관 5명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에게 접촉해 그가 총리직을 맡을 경우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노동당이 보수당 지지율을 추월하는 결과도 나왔다.
이날 서베이션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은 지지율 45%를 기록해 보수당(39%)을 6%포인트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10일 성인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노동당은 8일 총선에서 득표율 40%로 보수당(42%)에 밀렸는데, 사흘 새 역전된 것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새 총선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이 총리는 이날 개각과 함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 협상 의지를 불태우며 난국을 정면 돌파할 태세다. 하지만 DUP와의 연정 협상은 향후 정국 향배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성소수자 차별, 낙태 반대, 사형제 부활 같은 DUP의 정책 기조에 거부감을 보이는 보수당 내 진보세력이 적지 않다. 자칫 DUP에 보수적 아젠다만 양보하고 발목을 잡힐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데미언 그린 고용연금부 장관을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는 등 일부 장관이 연쇄 이동했지만 브렉시트 협상 영국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앰버 러드 내무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주요 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