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세모방'에는 몽골의 예능 '도시아들' 촬영에 동행한 박수홍과 남희석, 김수용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이들은 울란바토르에서 7시간 사막을 달려 사막 한가운데 외딴 섬처럼 게르를 짓고 살아가고 있는 유목민들과 함께 촬영해야 했다. 문제는 유목민들의 문화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몽골 유목민족은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 말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수말을 우수한 종자만 남겨두고 거세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비타민 섭취를 위해 이를 먹는다고 한다.
◇말 고환 생식한 김수용, 그걸 방송한 세모방
MBC '세상의 모든 방송', 몽골 예능 방송하는 과정에서 논란
몽골 유목민의 숫말 거세 및 고환 생식 장면 그대로 방송
"생명 존중하지 않았다" "거부감 든다" vs "문화 상대성 인정"
◇방송심의 기준 위반일까.
제4절 윤리적 수준 이하 방송심의규정 제26조 3항은 "내용전개상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상하는 장면을 다룰 때에는 그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 3항에서도 "혐오감·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음식물의 사용·섭취 또는 동물사체의 과도한 노출 등의 표현"은 해선 안 되며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라도 그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5절 소재 및 표현기법 이하 제37조에서는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5항과 7항을 통해 "잔인하고 비참한 동물 살상 장면과 이에 준하는 사항의 구체적의 묘사를 방송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문화 상대성일까, 도넘은 선정주의일까.
그런데 '세모방'에서는 이 장면을 다큐처럼 담담히 다뤘다기 보다는 수말의 거세와 고환 생식 장면을 혐오스러워하며 소리 지르고 도망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몽골 유목민들의 문화보다는 박수홍·남희석·김수용의 곤혹스러워 하는 입장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오하룡 차장은 "12일 오전 기준으로 이에 대한 민원이 한 건 접수된 상황"이라며 "사무처에서 방송 내용이 심의 규정에 어긋나는지 1차 검토한 뒤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부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심의위원 9명의 임기가 12일까지고,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논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해당 내용을 방송에서 다룰 수는 있지만 '세모방'의 접근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면서 "반 생명적인 내용을 예능의 소재로 쉽게 다루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