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로또 1등(40억원·실수령액 27억7000만원)에 당첨된 A씨(58)는 그해 8월 자신을 찾아온 두 명의 친여동생 B씨(57)와 C씨(49)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두 여동생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로또 당첨금 실수령액의 일부를 자신들에게도 달라며 욕설과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A씨가 20여 년간 거의 교류 없이 떨어져 산 여동생들에게 돈을 줄 리 없었다. 혈육이라는 인식도 희미했다.
어머니 모실 집 가장 먼저 샀는데
여동생들, 노모 속여 “패륜아” 시위
매제는 집 문 부수고 무단침입도
A씨는 이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로또 당첨 후 A씨는 가장 먼저 경남 양산에 34평형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 A씨가 이혼 후 20여 년간 딸과 아들을 키워 준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이었다. 하지만 A씨는 졸지에 ‘돈에 눈이 멀어 엄마를 버린 패륜 아들’이 돼 있었다. 또 당첨금을 받은 후 어머니와 함께 살 집으로 모셔가려 하자 두 여동생은 욕설을 하며 이를 막았다. 더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A씨는 어머니와 두 여동생과 연락을 끊었다.
울산지법은 11일 협박과 주거침입 등을 유죄로 인정해 두 여동생 모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여동생의 남편인 E씨의 죄질을 나쁘게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E씨가 두 여동생을 대표해 경찰에 신고하고 열쇠수리공을 부르는 등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하고 주도했으면서 A씨 집 현관문을 부술 때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고 태도가 매우 나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남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 가족애가 약해진 상태에서 거액의 돈이 생긴 것이 행운이 아니라 형제를 원수처럼 만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양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