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도쿄 도의회 선거 앞두고
신당 ‘도민퍼스트회’ 대표 된 고이케
아베 ‘손타쿠 정치’ 꼬집으며 총력전
자민당 패배 땐 총리 3연임 빨간불
고이케는 지난 1일 자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도민퍼스트회 대표에 취임했다. 고이케는 이날 열린 당 총결기대회에서 “낡은 의회를 새로운 의회로 바꾸자”고 선언했다. 지난해 도지사 선거 당시부터 도 의회를 ‘블랙박스’로 비난해온 그였다. 자민당 도쿄도련 주도의 불투명한 정책 결정 과정을 빗댄 말이었다. 현재 도민퍼스트회 홈페이지는 도의회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 ‘도쿄는 빠르다. 도정은 늦다. 도 의회는 더 늦다.’ ‘의원이 되면 공부하지 않는다. 4년간 낙제가 없으니 파티와 야유만 잘한다.’ ‘과거 25년간 성립한 의원 제안 조례는 단 하나. 도 의회는 뭘 하는가’….
“급하게 탄생한 정당에 도정을 뒷받침할 힘이 없다. 이미지만 앞서고 지역과의 유대도 없고 실행력을 동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를 혼란시키고 정체시킨 실례가 몇 개나 있다.”
지난 13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도쿄도련 총결기대회. 아베 총리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고이케 신당을 정조준했다. “도 의회 선거는 엄중하다”면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경험과 실행력이 있는 자민당 의원들이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도 등단해 고이케 신당을 비판했다. “‘어떻든 퍼스트’라는 새 정당은 아직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퍼포먼스와 이미지로 싸우려하는 후보에 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민당은 고이케 도정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라고 비판한다. 도쿄의 부엌인 쓰키지(築地)시장 이전이나 중앙정부 등과의 도쿄올림픽 경비 분담 결정이 지연되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판세는 아직 유동적이다. 부동층이 많다. 여론조사 상으론 1당을 놓고 자민당(현 57석)과 도민퍼스트회(현 5석)가 백중세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초 실시한 투표 의향 정당 조사에서 두 당은 나란히 27%를 기록했다. 4월 조사에서 자민 31%, 도민퍼스트회 20%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이케 쪽이 상승세다. 고이케 인기와 동떨어져 있던 도민퍼스트회 지지율이 그의 대표 취임으로 순풍을 타는 모양새다.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우치야마 유(內山融)교수는 “기성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도민퍼스트회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미국에서 기성 정당·정치인이 지지를 잃고 신생 정당이 세를 모으고 있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60명을 공천했다. 최대 우군은 전통적 지지 세력인 업계와 단체다. 자민당은 지방선거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지원 체제를 구축했다. 당내 8개인 파벌을 모두 동원했다. 업계 단체와의 파이프가 두터운 참의원 비례대표의 지원도 독려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선거 공시후 직접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자민당이 대거 나선 이유는 이번 선거가 국정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자민당이 선거에서 지면 내년 가을의 총재 선거에서 아베가 3연임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2020년 새 헌법을 시행하겠다는 아베의 개헌 구상도 탄력을 받기 어렵다. 우치야마 교수는 “자민당이 패하면 (내년말까지의)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현 중의원 임기 내에 개헌을 서두를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도의회 선거 결과가 국회의원 선거의 전조가 된 예는 적잖다. 자민당은 2009년 7월 도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뒤 한달 만의 중의원 선거에서도 참패해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1993년 6월 도의회 선거에선 창당 1년의 일본신당이 3당으로 약진했다. 그해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수를 밑돌면서 일본신당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대표를 총리로 하는 비(非)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당시 고이케는 일본신당 참의원 의원으로 도의회 후보자 선정에 깊숙히 관여했다. 고이케가 다음 중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내 중앙 정치로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민당이 도민퍼스트회를 93년의 일본신당에 견주는 이유다. 일본 정국의 고이케 선풍과 변수는 이래저래 지속될 전망이다.
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