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부인 최리(30)씨와 결혼한 김승혁은 재기를 다짐했다. 변변한 결혼 선물도 하지 못했던 그는 신혼여행까지 미루면서 와신상담했다. 더구나 아내 최씨가 임신을 하면서 '예비 아빠'가 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임산부인 최씨는 이번 대회 기간에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편의 힘겨운 싸움에 동참했다. 10일과 11일 각각 2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김승혁의 뒤를 따르면서 묵묵히 남편의 우승을 기원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루에 15㎞이상을 걷는 강행군을 한 것이다. 최씨는 “골프는 잘 모르고 배운 적도 없다. 코스를 묵묵히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김승혁은 결승전 초반엔 샷이 흔들렸다. 하지만 10m 이상 거리의 퍼트를 쏙쏙 집어넣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13번 홀까지 2홀 차로 앞섰지만 15번과 16번 홀을 연속으로 내준 끝에 연장 승부를 펼쳐야 했다. 연장 첫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핀 30cm 옆에 붙인 김승혁은 컨시드를 받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키 1m88cm로 KPGA투어 최장신인 이정환은 준우승으로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15년 챔피언 이형준(25·JDX멀티스포츠)이 전가람(22)을 꺾고 3위를 차지했다.
김하늘 JLPGA투어 3승째
김하늘(29·하이트진로)은 올해 일본 투어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 김하늘은 이날 일본 효고현 고베시 롯코 국제 골프장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합계 15언더파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3승째이자 JLPGA 통산 6승째다. 우승 상금 1800만엔(약 1억8000만원)을 받은 김하늘은 올 시즌 7858만엔(약 8억원)을 벌어들여 상금 1위를 달렸다.
남해=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