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는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투자해 만든 영화다. 190개국에서는 스트리밍으로만 공급되고, 한국ㆍ미국ㆍ영국에서는 극장 개봉 계획이 잡혔다. 한국의 극장 개봉은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와 동일한 29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CGV가 스트리밍과 동시개봉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극장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또한 확실한 결정을 내리진 않은 상황이다. 배급사 뉴 측은 “멀티플렉스 극장 개봉이 완전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고 가능한 극장을 미리 확보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옥자’는 12일 대한극장에서 언론 배급 시사를 연다.
전국의 상영관은 2575개다. 그 중 CGV가 996관, 롯데시네마 793관, 메가박스 590관이다. 세 곳을 제외한 상영관은 196개. 만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 불가 판정을 내릴 경우 ‘옥자’를 볼 수 있는 전국의 영화관은 196곳 뿐이다.
‘옥자’를 극장에서 상영해야 할까? ‘옥자’ 상영과 관련한 쟁점을 전문가의 견해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①관객의 볼 권리가 침해됐나?
②극장 상영은 상도에 어긋날까?
문체부가 2014년 만든 ‘표준상영계약’에 따르면 극장 개봉 영화는 7일동안 극장에서만 틀어야 한다. 콘텐트 유통질서 확보 차원이다. 극장 이후에 IPTV, 지상파 TV등에 나간다. 하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다.
문제는 관객이 영화를 보는 플랫폼은 다양해지고,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파워를 가지게 됐지만 영화 산업과 법규는 이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미디어의 기반이 끊임없이 변경중일 때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영화 공공성의 위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옥자' 개봉 유보
스트리밍과 동시개봉에 대한 거부 차원
"플랫폼 다양해지는 시대에 확실한 제도와 원칙 마련해야"
③상영 반대는 극장의 횡포?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극장과 안방 스크린의 영화가 아예 내용면에서 이원화가 됐다. 극장 영화는 스펙터클와 시각적 볼거리 중심으로, 넷플릭스 영화는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진중한 주제 중심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한국에서도 개봉 이틀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이라'가 좋은 예다. 강유정 평론가는 “플랫폼에 영화 내용을 최적화 시키는 식으로 탄력적인 대응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④새로운 미디어인 넷플릭스의 힘든 싸움?
극장의 저항 또한 넷플릭스의 이익에 편승하진 않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동시개봉 결정과 날짜까지 정해 극장에 통보하듯 발표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넷플릭스가 정하면 한국의 극장들이 따라가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옥자' 논란은 앞으로도 또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지 '옥자'를 극장에 거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머물지 말고, 변화하는 영화 산업과 유통 질서에 대한 원칙을 마련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