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축구에 관한 한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 가린 약소국이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사상 처음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다.
베네수엘라, U-20 월드컵 돌풍
예선 포함 한 번도 안 지고 결승행
시위·경제난 고통받는 조국에 선물
두다멜 감독 “이젠 무기 내려놓을 때”
베네수엘라는 남미예선을 3위로 통과했다. U-20 본선 무대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결승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베네수엘라 선수들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조별리그(B조)에선 독일·멕시코·바누아투를 연파하며 3전 전승을 거뒀다. 16강·8강·4강전은 모두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고 극적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26일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한 후 두다멜 감독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베네수엘라를 자랑스럽게 만들겠다”고 말했고, 지난 4일 8강전에서 미국을 꺾은 뒤엔 “위대한 조국의 자랑인 선수들이 위대한 승리를 일궜다”고 말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작심한 듯 정부를 향해 마음속 얘기를 쏟아냈다. 두다멜 감독은 “오늘의 17세 소년은 행복으로 가득 찼지만, 어제의 17세 소년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오늘의 17세 소년’은 이날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뽑은 사무엘 소사(17)를, ‘어제의 17세 소년’은 경기 전날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한 네오마르 란데르라는 17세 소년을 지칭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며, 정부의 폭력진압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다멜 감독은 “이젠 무기를 내려놓을 때”라고 마두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로이터통신은 “두다멜 감독 발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베네수엘라에서 급속히 퍼졌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4골로 득점왕을 노리는 공격수 세르히오 코르도바(카라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베네수엘라에 평화를 빌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