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4명 한꺼번에 연구위원 발령 전례 없어
1986년 박철언 검사장 승진 위해 신설된 자리
검찰총장 후보·예비 검사장들의 '정거장' 돼
진경준 등 비위 연루된 검사장 조직 배제 용도로
법무·검찰 공무원의 실무 교육기관인 법무연수원에는 모두 7명의 연구위원이 있다. 그 중 4개가 검사 몫이고 나머진 교정직 등 일반 고위공무원 몫이다. 직급은 ‘검사장급’으로 불리는 ‘대검찰청 검사급’이다.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에는 검찰총장을 비롯해 총 52개의 검사장급 보직을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연구위원 4명이 포함돼있다.
규정만으로는 검사장들을 연구위원으로 발령 낸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평소 이 자리에 검사장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검사급을 보내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장 승진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로 관행화 되어 있기도 하다. 윤 전 고검장 등 4명이 연구위원으로 발령 나면서 자리를 내준 기존의 연구위원 검사들이 부장검사급(고검 검사)이었다.
‘5·6공 황태자’ 박철언 위해 신설
1986년 11월 당시 권력 실세였던 박철언 전 의원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마땅한 자리가 없자 전두환 정권은 법무연수원에 연구위원이란 검사장급 보직을 신설했다. 당시 인사 발령을 두고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의원은 이름만 걸어놓았을 뿐 출근은 하지 않고 청와대를 오가며 현직 검사장이란 명예와 정권의 막후 실세로서 권력을 동시에 누렸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냈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 뒤로는 예비 검사장들의 승진 코스로 여겨졌다.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은 2008년 3월 검사장 승진 직전까지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김강욱 전 대전고검장도 2012년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 관계자는 “연구위원은 딱히 업무가 주어진 자리가 아니어서 검사장에 오르기 전에 잠시 한숨 돌리도록 배려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2002년 ‘이용호 게이트’ 이후 ‘검사장들의 무덤’
비위에 연루된 고위 검사들을 현업에서 손 떼게 하는 데 연구위원 인사만한 카드가 없었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이 현직 검사장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법무부는 그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김 전 고검장은 이듬해 3월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사표를 냈다.
이때부터 연구위원은 ‘검사장의 무덤’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방으로 발령 내는 좌천성 인사와 연구위원 발령은 다르다. 연구위원 발령은 조직에서 배제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나가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