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구설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란 점이다. 제보와 항의가 제법 있었는데 임명 과정에서 무시됐다는 것이다. 코드의 힘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은 모두가 김 차장과 무늬와 색깔이 같다. 문정인 특보와 서훈 국정원장 후보를 포함해 핵심 포스트가 하나같이 대북 대화론자다. 목소리 다른 외교안보 담당자가 셋(이종석·나종일·반기문)이나 있어 ‘골치 아파 못살겠다’던 노무현 정부와도 다르다. 그런 걸 보면 중도 하차가 노선 대립 때문은 아닌 듯하다. 도덕성 문제다.
줄잇는 외교안보 인사참사
코드 넘어야 드림팀 나온다
김기정 후임으론 또 다른 핵심 코드인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머지 거론되는 인사도 대부분 코드인 걸 보면 국방·통일장관 역시 자주의 대오를 유지할 게 분명하다. 새 정부가 ‘3철’로 대표되는 인의 장막을 걷어내겠다고 한 건 노무현 정부의 ‘편 가르기’ 실패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대미 자주외교를 주장한 서주석 전 청와대 수석은 국방차관에 올랐고 2선 후퇴라던 박선원 전 비서관은 하마평에 오른다. ‘노무현 2기’로 급하게 달려가는 외교안보팀이다.
문제는 이런 코드팀이 이중 삼중의 대한민국 외교안보 위기를 돌파해낼 수 있겠느냐는 거다. 북한 핵은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분초를 다투는 긴급 현안으로 발전했다. 연내에 8~10기의 핵무기가 실전 배치될 거라고 한다. 여기에다 미국과의 통상, 중국과의 사드,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란 그야말로 쉽지 않는 문제까지 겹쳤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이 ‘외교 문제는 걱정’이라고 했겠나. 탕평의 드림팀으로도 탈출구를 찾기 힘든 마당에 코드와 색깔에 도덕성 문제로 꼬여버린 ‘낯가림 팀’이다.
당장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담판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궁합이 맞지 않는 두 정상이다. ‘사드는 긴급 사안이 아니다’란 청와대 인식에 박수 칠 트럼프가 아니다. 가뜩이나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전작권 조기 전환 등 ‘자주외교’의 부활을 예고했다. 공약이 정책으로 이어지면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심각한 한·미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반미면 어떠냐’던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부딪쳤지만 그래도 아웃 복서였던 부시가 조금은 접어줬다. 트럼프는 쉴 새 없이 파고드는 인파이터다.
게다가 그땐 미국과 통한다는 반기문 외교장관이 있었다. 어제 청문회를 보면 강 후보자는 제2의 반기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사드 배치를 묻자 ‘상세한 파악을 못 했다’는 외교장관 후보자다. 한·일 위안부 합의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답했다.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 얼굴은 새로 찾아야 한다. 찾되 ‘진짜 탕평’ 공약을 외교안보 인선에서 시작해 드림팀을 꾸려야 한다. 외교안보야말로 너와 내가 없는 나랏일 아닌가. 바꾸지 않는 건 오만이다. 하지만 바꾼다면 이번엔 진짜 자주파가 등장할 기세다. 그래서 걱정인 강경화 이후다.
최상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