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세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에 청약한 뒤 당첨되면 단기간 내 웃돈을 받고 팔려는 투기 수요가 몰려서다. 지난해 정부가 11·3 부동산대책을 통해 단타 매매를 줄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분양권 단타 매매가 늘어날수록 거래금액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 사례도 적지 않다.
8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부산에서 올해 분양한 단지 가운데 청약률 상위 3곳의 분양권 전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계약 이후 두 달여 간 전체 분양물량 1676가구의 절반(50.9%) 수준인 853건이 거래됐다. 당첨자 2명 중 한 명꼴로 분양권을 내다 판 것이다. 지난 3월 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해운대 연지꿈에그린'은 두 달간 전체 일반분양 가구 수의 47%가 손바뀜됐다.
올해 부산 청약률 상위 3곳, 초기 전매율 51%
고덕그라시움도 한 달반 만에 337건 전매
"11·3 대책의 풍선 효과"
양도세 낮추기 위한 다운계약도 성행
주변 집값 자극, 실수요자 피해 우려
"DTI 적용해야…부산 전매제한 강화 필요"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매제한 규제를 비껴간 지역이나 기존 분양권에 단기 투자세력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계약금(분양가의 10% 내외)만 있으면 입지나 층·향·동에 따라 단기간에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단타족이 극성인 이유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상의 거래금액을 실제보다 낮춰 작성하는 다운계약이 자주 동원된다.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분양 계약 후 1년 안에 분양권을 팔 경우 양도세율이 50%에 달한다. 부산 부산진구의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개 웃돈의 50%선에서 계약서를 쓴다"며 "연지꿈에그린 전용 84㎡의 경우 웃돈이 6000만원이면 3000만원으로 낮춰 신고한다"고 귀띔했다.
부산을 전매제한 강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산은 법 개정을 통해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운계약의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속도 강화해 시장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운계약이 적발되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매도·매수자는 허위신고에 따른 과태료(분양권 취득가액의 5% 이하)를 내야 한다. 매도자에겐 원래 납부해야 할 양도세와 신고불성실 가산세(납부세액의 40%), 납부불성실 가산세(1일당 0.03%)가 부과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강화 여부는) 아직 정해진 건 없고, 우선 현장 검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는 데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다음주부터 일부 관계 부처가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