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강조한 5대 원칙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이다.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공직에 찾겠다는 것이지만 5대 원칙을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자 찾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인사검증 시스템 무용론과 함께 “공직자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청백리(淸百吏)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희·맹사성·류관은 조선 초기 삼청(三淸)으로 불렸던 대표적 청백리다. 그중에서도 충남 아산이 고향인 고불(古佛) 맹사성(1360~1438)은 소탈한 성품으로 백성들과 격의 없이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아산에 고불(古佛) 맹사성 기념관 건립… 일대기·사상 전시
남루한 옷과 허름한 집, 평생 이동수단은 검은 소 한 마리가 전부
"국민에 봉사할 장관 후보자 기념관 둘러보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맹사성이 공주목사로 재직할 때 관아의 건물을 짓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했는데도 백성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부역 동원과 자재 조달에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1일 충남 아산에 맹사성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기념관을 찾아 맹사성의 일생과 청렴 정신을 들여다봤다. 기념관은 사적 109호인 맹씨행단 맞은 편 아산시 배방읍 중리에 자리잡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을 들여 4979㎡의 부지에 세워진 기념관은 전시관과 영상관, 수장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관 아래에는 조선시대 관복을 입고 예절을 배울 수 있는 체험관이 마련됐다.
기념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고불 맹사성 기념관’이라는 문패가 달린 작은 문이 나온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기와집이 나오고 계단을 따라 전시관 쪽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황소가 서 있다. 맹사성이 평소 타고 다니며 피리를 불었던 흑소를 모형화했다.
전시관으로 가기 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방문자센터다. 이 곳에서 맹사성의 정신인 ‘고불정신(古佛精神)’을 살펴볼 수 있다. 고불 정신은 평소 맹사성이 강조한 충효(忠孝)·청백(淸白)·충신(忠信)·접례(接禮)·수절(守節)을 말한다.
기념관을 관리하는 주지연씨는 “지난 주말(3~4일)에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이 찾아왔다”며 “동화책에서만 보던 맹사성의 일화를 보게 돼 오히려 부모가 더 좋아했다”고 말했다.
전시관 왼편에는 맹사성의 일대기를 그린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영상에서는 신창 맹씨의 계보, 최영 장군과의 인연, 고택의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다. 전시관 오른쪽을 따라 들어가면 맹사성의 일대기와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복제품, 실물은 수장고에 보관),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방문자센터부터 기념관을 거쳐 체험관까지 관람하는 데는 1시간 가량이 걸린다.
기념관 맞은 편에 있는 맹씨행단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행단은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을 맹사성이 그의 손녀사위가 되는 인연으로 신창(新昌) 맹씨 일가가 물려받아 살던 곳이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 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데서 유래한 행단(杏壇)에서는 맹사성과 그의 아버지(맹희도)가 후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맹씨 고택은 우리나라 살림집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고택은 정면 4칸, 측면 3칸의 ‘工’자형 집이다. 행단 내에는 맹사성 등 3대의 위패를 모신 세덕사, 황희·맹사성·권진 등 3정승이 느티나무 9그루를 심었다는 구괴정이 남아 있다.
맹씨행단에서 만단 이선호(54)씨는 “TV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는 데 보고 있으면 화가 나고 고위 공직자 중에 본받을 사람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총리와 장관이 될 사람들은 모두 이 곳에 들러 맹사성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기념관과 맹씨행단 관람을 통해 청렴·부패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조선시대 초기 건축물의 특징을 배우도록 할 계획이다. 아산지역 학생을 초청, 청렴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도 진행키로 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기념관이 고불 맹사성의 고결한 정신을 이어받아 청렴문화를 꽃피우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공무원들이 기념관을 방문해 맹사성의 청렴결백한 삶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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