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5·18 판결, 원죄와 같은 괴로움 느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6.08 02:29

수정 2017.06.08 03: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버스운전자 사형선고에 대해 청문위원들의 집중 질문을 받았다. [오종택 기자]

김이수(64)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에서 5·18 광주민주항쟁 사건에 대한 자신의 과거 판결과 관련해 “법관 생활을 하면서 ‘원죄’와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며 “제 판결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1979년 12월 군 법무관으로 입대한 김 후보자는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이 탄 버스를 몰고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운전기사 배모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군사재판에 참여했다. 배씨는 5·18 특별법이 제정된 뒤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이 판결에 대해 “군인 신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또 배석판사로 참여한 ‘김철 간첩조작사건’과 관련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진당 심판 관련 이념 공격엔
“소수의견 있는 사회는 건강” 단호
부인 농지법 위반엔 “책임 통감”

김 후보자는 5·16의 성격에 대해 “쿠데타”라고 답변했다. 그는 “5·16은 군사력에 의해 헌법 절차에 반하는 형식으로 정권이 교체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다. 2012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군사정변”이라면서도 쿠데타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5·16의 공도 무시할 수 없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후 경제발전 등의 성과를 말하는 것일 뿐 정권 교체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민주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김 후보자는 “과도하게 소수·반대의견을 내는 극단적인 정치성향을 보였다”는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는 “소수의견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매우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9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이후 다룬 1042건의 사건 중 135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중 8건은 그가 유일했다. 김 후보자는 “소수의견이 언젠가는 다수의견이 될 수도 있다. 소수의견을 통해 법정의견이 더 명확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 혼자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이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국회에서 제명하거나 선거에서 국민이 선택하지 않는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이석기 일파의 내란 활동에 대해선 다수의견과 똑같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통진당의 재심 청구를 헌재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할 때 김 후보자는 소수의견을 내지 않았다.


김 후보자의 부인이 2004년 충남 서산에 농지 991㎡를 1290만원에 매입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영농조합법인에 위탁했다는 농지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자경이 의무인 줄 알았다면 아마 안 샀을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8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