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는 사건을 전해들은 B씨의 지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이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B씨는 조사 과정에서 “사건 이후 수치심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시간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술에 많이 취해 있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B씨의 진술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강제로 신체 접촉하고 "모텔 가자"
학교, 직장에서 동성 간 성추행·성희롱 빈번
전문가들 "동성애 혐오로 연결돼선 안 돼"
이어 학생회 측은 진상조사보고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 “당사자의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관련 없이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사건은 당사자가 원한다면 공론화 해야 한다”며 “동성 간에 이루어지는 언행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같은 성별을 가진 다른 사람이 나의 고유한 특성까지 같을 것이라 일반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서을 냈다.
(서울대 공대 진상조사보고서: http://bit.ly/공특위_보고서
서울대 공대 입장서: http://bit.ly/공특위_입장서)
◇건국대, 연세대에서도 …
최근 동성간 성추행 사례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법원은 건국대 MT에서 남선배들이 잠든 남후배의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른 ‘치약 장난’ 사건에 대해 성추행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015년 연세대에서는 한 남자 대학원생이 “1년 간 상습적으로 내 신체 일부를 만졌다”며 같은 연구실 소속 남자 선배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성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나는 당당하며,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입장을 보이자,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했다.
◇직장에서도, 여성간에도 …
직장에서의 동성 간 성추행도 빈번하다. 지난해에는 40대 남성 팀장이 30대 남성 직원에게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보자”며 배와 가슴을 만진 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사건(진정 사건)으로 접수됐다.
여성끼리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에는 여성 팀장이 같은 팀의 여성 직원에게 목의 아토피 자국을 보고 “어제 밤 남자랑 뭐했냐. 목에 이게 뭐냐”는 등의 말을 해 모욕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손해배상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직장에서의 동성 간 성희롱 실태는 통계로도 나와있다. 지난 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직장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성희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중 29%(남성 25%, 여성 34.4%)가 주 1회 이상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 특히 남성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성비는 남성 86.4%, 여성 13.6%로 나타나, 남성이 동성으로부터 당하는 성희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으로는 ‘본인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음담패설’, ‘음란물을 보여주는 행위’, ‘성관계 강요 및 회유’ 등이 많았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 성비는 남성 78%, 여성 22%였다.
◇“동성애 혐오로 연결돼서는 안 돼”
점점 사회 문제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동성 간 성추행·성희롱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성애 혐오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진원 연구교수(고려대 인권센터)는 “남녀 간 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이성애자를 가해자로 여겨서는 안 되는 것처럼, 동성 간 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동성애자를 경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찬성 변호사(서울대 인권센터)는 “최근 통계에 잡히는 동성 간 성희롱 사건 중 다수는 그간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장난, 또는 농담처럼 동성에게 해 오던 성적 행동이 문제화된 것”이라며 “동성 간 성희롱은 동성애와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