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2년 연속 사막 마라톤에 참가한 ‘초짜 마라토너’다. 기업과 인터넷 펀딩 사이트에 ‘마라톤을 완주하면 아프리카에 우물 한 기를 지을 돈을 후원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사막을 달린다.
‘버킷 리스트’ 이룬 27세 박태훈
울트라 마라톤 두 번 도전 끝 완주
‘안 될 도전은 없다’ 몸으로 느껴
금융맨 꿈 접고 NGO서 일하기로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그에게 사막 250㎞를 완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첫 마라톤인 지난해 9월 칠레 아카타마 마라톤을 시작하기 6개월 전부터 매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학교 뒷산을 오르내렸다. 지치고 힘들 땐 등반가 엄홍길씨가 산을 오르면서 후원받은 돈으로 오지에 학교를 기부하는 기사를 찾아 읽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도전한 첫 마라톤(2016년 칠레 아카타마 사막 마라톤)은 실패로 끝났다. 전체 250㎞ 코스 중 170㎞까지 갔을 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인대에 문제가 생겨 더 달릴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눈물을 머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6개월 동안 다리 부상을 치료하면서 기업 수십 곳에 손편지를 썼다. 하지만 한 번 실패한 경험 탓인지 기업 후원은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마라톤 도전 사실을 알린 후 나미비아로 향했다.
나미비아 마라톤은 7일간 250㎞를 달리는 코스다.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매일 40㎞씩을 뛰거나 걷고, 나흘째 되는 날 80㎞를 이동해야 했다. 박씨는 “80㎞를 뛰던 날 발톱 다섯 개가 빠졌다. 그날 기온도 43도를 넘고 레이스 구간이 해안과 근접해서 그야말로 사우나에서 뛰는 기분이었다. 입에 물을 머금다가 뱉어내기를 수도 없이 했다”고 말했다.
무려 16명이 나가떨어진 나흘째 코스도 기어가다시피 통과한 박씨는 결국 250㎞ 완주에 성공했다. 와디즈에는 후원금 100만원 정도가 모였다. 그는 이 돈을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NPO)인 굿네이버스의 ‘굿워터프로젝트’에 기부해 잠비아 음팡고 지역의 식수 위생 지원사업에 사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마라톤을 완주한 후 박씨의 장래 계획도 바뀌었다. 그는 원래 ‘카카오증권’ 실전 주식투자에서 월간 1위를 하는 등 다양한 공모전을 휩쓸던 열혈 취준생이었다. 그런 박씨가 “돈을 좀 못 벌더라도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단체(NPO)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완주한 후 보름 정도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는 “방 한 칸을 얻어서 잔 잠비아 현지 주민의 흙집에서 10명 가족이 옥수수 전분 빵과 계란 세 알로 식사를 하는 장면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풀코스 마라톤도 해본 적 없던 제가 울트라 마라톤을 뛰면서 ‘세상에 안 될 도전이란 없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박씨가 힘줘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