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뉴욕에 굳이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것은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는 고객들의 동선·취향·구매 패턴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저녁 시간에 서점을 들른 40대 남성이 30분 동안 무협 소설을 읽고 10분 동안 비슷한 소설을 훑어보다 서점을 언제 떠났는지 알 수 있다. 이 손님이 결국 자신의 지갑을 열게 한 책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1월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 중인 무인마트 ‘아마존고’도 '아마존 북스'와 비슷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아마존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고객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AI 시대' 오프라인 데이터확보에 사활건 IT 기업들
이윤숙 네이버 이사는 “지난해 10만 명 선이었던 스토어팜 판매자가 올해는 2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 입장에서는 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역마진’ 플랫폼이지만 소상공인과 고객 데이터를 모으는 데 반드시 필요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네이버로서는 오프라인 영역에 머물고 있는 판매자와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의 구매 정보ㆍ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네이버가 지난달 부산에 오픈한 ‘파트너스퀘어 부산’은 소규모 창업자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각종 교육을 받는 곳이다. 네이버는 대전ㆍ광주 등 지방 거점 도시에 연달아 파트너스퀘어를 열고 지방 소상공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들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스토어팜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된다. 네이버로서는 30만 명의 소규모 창업자들과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서비스 전문가답게 파트너스퀘어와 스토어팜에 가장 공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맵’ 등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교통과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조만간 이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카오 교통 O2O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 광고 툴 ‘구글 어트리뷰션’은 온라인 사용자들의 오프라인 구매 패턴을 파악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제품 광고를 본 다음 바로 주문하지 않고 실제 매장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구글맵, 스마트폰 위치 정보와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지난달 선보인 AI 카메라 앱 ‘구글 렌즈’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글렌즈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식당을 비추면 간판을 인식해 식당 정보와 메뉴를 제공한다. 구글은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사용자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 동선 등을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IT 기업들이 오프라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는 e커머스(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거래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도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도 지난해 “순수한 전자상거래의 시대는 곧 끝날수밖에 없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물류가 결합한 신소매(新零售) 유통 모델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정보 수집이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된 논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구글이 ‘구글 어트리뷰션’을 내놓자 미국 소비자 단체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상 익명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신용카드 결제 기록과 구매자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항의한다. 오프라인 데이터 수집을 빙자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존 북스’ 역시 2015년에 처음 문열었지만 “대기업이 지역 상권까지 침투하려고 한다”는 비판 때문에 확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