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몸은 좀 어떠세요?" 응급구조사 최모(24·여)씨가 간호사 황모(38·여)씨와 병실을 돌며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직군이 서로 다르지만, 복장에 별 차이가 없었다. 두 사람이 병실을 도는 중에 "여기 좀 봐주세요"하며 환자 요청이 이어졌다. 이날 5층 입원 환자는 모두 58명. 이들을 맡는 인력은 이 둘이 전부였다.
더 큰 문제는 간호사 부족이 앞으로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보사연에 따르면 당장 3년 뒤엔 적정 수준보다 간호사 11만여 명이 모자라다. 현재 출산·육아 등으로 쉬고 있는 간호사 9만8000여 명이 모두 현직에 돌아와도 채울 수 없는 수치다. 2030년엔 15만8000여 명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적정 수준에 비해 부족한 인력 규모가 의사(7646명), 약사(1만742명)과 비해 훨씬 크다.
전남 고흥선 응급구조사가 입원·응급실서 간호 보조
간호사 15명, 조무사 15명인 병원에 응급구조사 21명
농어촌·중소병원들 "간호사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완도선 50대 후반 간호부장이 혼자 심폐소생술 맡아
간호사들 요양·간병 등에 쏠리며 열악한 지방 기피
2030년에 15만명 부족, 간호대 정원 증가는 '찔끔'
간호사가 간호와 간병을 함께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대도시의 대학병원까지 확대되고 여기에 간호사가 몰리는 것도 농어촌 등지의 간호사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2013년 13곳(1423병상)에 불과하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 병원은 지난달 기준 338곳(2만2289병상)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중소·지방 병원의 간호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간호간병서비스로 대형 병원으로의 간호사 이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지난해 내놓았다.
간호사 구인난은 수도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에서도 간호사를 못 구해 병실 수를 줄이는 병원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의 종합병원인 홍익병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만 간호사 80명이 나갔다. 대부분 처우가 더 좋거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으로 옮겨갔다. 이 병원에서 새로 뽑은 인원은 절반인 40명에 그쳤다. 간호사 채용에 애를 먹자 2개인 중환자실을 하나로 줄였다. 이 병원 라기혁 원장은 "우리도 간호간병서비스를 하고 싶지만 인력 기준을 맞출 수 없어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병원끼리 간호 인력을 뺏기고 다시 뺏어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간호사 부족이 노인 환자 관리의 걸림돌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오영호 보사연 연구위원은 "일본은 간호사 숫자가 우리의 2.5배를 넘고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인력(11명)도 우리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그럼에도 고령화로 만성·복합 질환자들이 늘면서 간호 인력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력 공급의 필수 조건인 간호사 대입 정원은 '찔끔' 오르는 데 그친다. 2014년 500명, 2015년 900명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 500명 추가되는 게 전부다.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변성미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간호사 부족의 대안을 여러 방향에서 검토 중이다. 늦어도 올 연말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인데 대학 정원 조정은 교육부나 유관 단체들과 협의가 필요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론 간호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서도 단기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혜경 대한병원협회 기획정책본부장은 "중소·요양병원에 한해 인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간호사 확보의 법적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근무 형태를 다양화해 경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 의료 취약지역에선 남자 간호대생을 간호 요원으로 대체 복무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국가가 학비를 부담하는 국립 보건대학 신설, 쉬고 있는 간호 인력의 재취업 활성화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흥·완도=정종훈·여성국·하준호 기자 sakehoon@joongang.co.kr